박형종 - 나의 애국조회 스피치 / 바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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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국조회 스피치

아마도 이것이 한동안 내 마지막 훈화가 될 것 같다. 한달 전부터 뭐라 말해야하나 마치 밀린 방학숙제처럼 원고도 쓰지 않으면서 마음만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겨우 이틀 전에야 방향을 잡았다. 어젯밤에 원고를 쓰긴 했지만 그것을 읽다보면 감정이 전달되지 않을까봐 큼지막하게 주제가 씌여진 메모만 단상 위에 올려 놓고 말했다. 아래 내용은 내가 말했던 것을 기억에 의존해서 정리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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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오늘이 올해 마지막 애국조회인데 이렇게 훈화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시험이 끝나서 그런지 얼굴들이 밝네요.

시험을 잘 본 사람들은 그 기쁨을 오래 간직하구요. 시험을 못본 사람들은 얼른 잊으세요. 그게 정신 건강에 좋아요. 아직 시간이 많으니 다음에 잘 하면 됩니다.

1학년 학생들하고 눈 속에서 꽃동네 봉사활동을 다녀온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일년이 지났네요. 2학년 학생들은 다음번 애국조회 때는 한 칸 옆으로 옮겨가겠지요.

제가 오늘 할 이야기는 짧은 것입니다. 여러분 스튜어트 브랜드가 누군지 아세요?

아무도 모르는 것 같네요.

그럼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모르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아무도 없네요.

그 스티브 잡스가 어린 시절 감명 깊게 보았던 책이 스튜어트 브랜드가 만든 지구백과(Earth catalog)입니다. 1960년대에 만들어진 책인데, 당시 pc도 없고, 그 사람이 손수 가위로 자르고, 타자기로 치고, 폴라노이드로 사진을 찍어 두툼하게 만들었지요.

죽기 전까지 평생에 걸쳐 여러 차례에 걸쳐 개정판을 냈는데요.

1970년 중반 마지막 개정판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마치 안개낀 오늘 아침과 같이 호젓한 아침 숲길 사진이 있었구요. 그 사진 밑에는 다음과 같은 짧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는 20대 초반에 그 마지막 개정판도 보았던 모양이고, 그 글귀를 가슴에 담아 지난 40년 동안 헝그리하고 바보처럼 살았을 것입니다. 그 결과 현대 정보문명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헝그리하게 산다는 게 뭘까요? 배부르게 살고 싶지 배고프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돈 적당히 벌면 편하게 안주하고, 게을러지는데 그러지 말고 창조적인 것에 굶주린 삶을 사세요. 히딩크가 2002년 월드컵에서 했던 "I'm still hungry"란 말도 같은 뜻일 겁니다. 1등했다고, 좋은 대학 들어갔다고 자만하지 말고 항상 일신우일신하면서 헝그리 정신을 잊지 않으면 40년 뒤에 여러분은 스티브 잡스 이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바보같다는 것은 뭘까요? 어려서부터 바보라는 것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이었을 겁니다. 약삭빠르게 요령 피우지 말고 우직하게 가야할 길을 가세요.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좋아하지 말고, 바보같이 귀찮고 힘든 일을 하세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결국 성공하는 것은 거북이입니다.

여러분 오늘 내일의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길게 40년 뒤를 보세요. 스티브 잡스도 자기가 만든 애플에서 서른살에 쫓겨났지만 픽사라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설립하여 성공하였고, 결국 애플에 화려하게 복귀하였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이 이야기는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의 졸업식에서 한 축사 중의 마지막 이야기인데, 여러분도 그런 자세로 살아가다보면 반드시 성공하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박형종 2010-12-20 (월) 09:3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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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미 유튜브 동영상에서 스티브 잡스가 2005년도 졸업식장에서 한 축사를 보았습니다. 저희 집 아이들과도 같이 보았어요. 입양아로 시작해서 어쨌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했다라는 말이 어울리기까지 스티브는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을까요? 노력도 하고 좌절도 하고 기쁨도 느끼고...그 졸업식장에서의 스티브가 말한 Stay hungry, Stay foolish! 참 가슴에 와 닿는 말입니다.
우리 민사에서 아이들이 잘 자라기를 빌어봅니다. 감사합니다.
2010-12-20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