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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때는 무슨 띠였어?

다섯 살 때는 무슨 띠였어?
 
잠을 자러 들어간 시원이가 안방에서 엄마에게 물어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미소가 나왔습니다. 엄마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 곧이어 시원이의 놀라는 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지금하고 같은 띠였어?
 
작년에는 자기가 원숭이띠라는 이모의 말을 믿지 못하고, 울먹이면서 자기가 토끼띠가 맞냐고 나에게 전화로 확인하였었지요.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 했고. 이것이 딸을 키우는 재미인가 봅니다.
 
요즘은 저녁 먹고 시훈이랑 장기를 둡니다. 아직 바둑은 이르고, 오목은 조금 시시한 모양입니다. 공부를 조금 하고 나면 포상차원에서 장기를 두어주는 것인데요. 차포마상을 떼고 두어도 아직은 열 판에 아홉 판은 나를 이기지 못합니다. 다만, 갈수록 실력이 향상되어 겨울 방학 전에는 나를 이길 것 같네요. 오늘도 내가 간신히 이기기는 했는데 그것을 억울해하며 한판 더 두자고 얼마나 졸라대던지. 나는 잠자러 들어가지 않는 녀석의 두 다리를 질질 끌었고, 이것저것 붙잡고 버티는 녀석을 간지럽혀서 간신히 안방에 집어 넣을 수 있었습니다. 점심때마다 친구들하고 축구를 한다는 녀석의 두 다리는 뱀장어처럼 탱탱거렸습니다. 
 
저녁 먹고, 아내와 에스프레소 커피(마끼야또)를 마시고, 무한지대큐를 가족들과 함께 시청하고, 시훈이랑 장기를 두거나 시원이의 책을 읽어주고 나면 밤 10시쯤이 됩니다. 그 이후부터 보통 한 두 시간 정도가 나만의 자유시간이지요. 서재에 미니 컴포넌트를 놓고 음악을 들으니 소리가 쩌렁쩌렁합니다.  
 
산을 오를 때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야하지만, 산을 내려올 때는 브레이크를 잘 밟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않다면 절벽 아래로 추락할지도 모릅니다. 내 나이라면 이제는 하산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내 인생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잘 살펴야 할 것 같네요.
 
시원이가 여섯 살에서 일곱 살이 되는 것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머리를 두 갈래로 묶고, 이모가 사준 빨간 겨울용 원피스를 입은 시원이가 오늘따라 많이 사랑스럽네요.  
박형종 2009-11-24 (화) 19:4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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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종   감사합니다. 한 해가 며칠 남지 않으니 제가 조금 감상적이었나 싶네요. 덕분에 내년 봄에는 학생들하고 좀더 젊은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9-12-15 11:36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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