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도 가능하다 오늘은 공기가 참 깨끗했다. 이런 날도 가능하다는 발견을 했다. 그동안 모르고 있었는데 공기는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매번 바람이 서쪽으로 불기만을 바라며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다. 공기를 오염시키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없애야 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단축수업을 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대책은 어이가 없다. 각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놓아야 한다. 모든 건물에는 공기여과 필터를 장착해서 맑은 공기를 공급해야 한다.
아침에는 선생님들과 운동장 트랙을 몇 바퀴 걸었고, 교실의 공기청정기는 껐다. 퇴근하면서는 자동차의 실내바람을 끄고 창문을 마음껏 열고 달렸다. 집에 도착해서 아파트 정원에서 미세먼지농도를 쟀더니 2였다. 집에 들어가니 아내는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재에서 재보니 역시 2였다. 공기청정기를 틀지 않고도 이런 값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깨끗한 공기가 이렇게 반갑고 고마운 것이었다니!
저녁을 먹고 시원이는 친구랑 줄넘기를 하러 나갔다가 30분 정도 뒤에 들어왔다. 산책할 겸 아내와 시원이와 함께 근처의 다이소까지 걸어가서 몇 가지 물건을 사고 한 시간 반 만에 돌아왔다. 공기가 좋으니 집에 있건 밖에 있건 몸과 마음이 상쾌했다. 시훈이는 밤 10시 20분쯤 집에 와서는 학교에서 찍은 원주 풍경을 보여주었다. 멀리 치악산의 나무들까지 깨끗하게 보였다.
아내가 낮에 “빵공장 라뜰리에 김가”라는 곳에서 사온 무화과조각케이크와 우유를 먹으며 시훈이와 티타임을 가졌다. 내가 스위치를 잘못 눌러서 거실의 하얀 LED등 대신에 벽 쪽에 있는 할로겐등을 켰는데 은은한 노란빛이 안락한 느낌을 주어 좋았다. 이야기는 미세먼지, 물리공부, 우리나라 정세, 조각케이크, 가족과 친구, 인테리어와 디자인, 잡지책의 장점, 가성비와 최고의 서비스, 스웨던 사람과 의자, 롯데호텔 이벤트, 여행, 공부시간과 효율, 5월과 10월의 연휴, 어린이날과 개천절, 티타임, 색온도, 할로겐등, 햇빛, 촛불, 장작불과 인류의 진화, 노란빛이 안락한 이유, 빛의 굴절과 스펙트럼 등등 십여 가지 주제를 넘나들었고 밤 11시 20분까지 계속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나도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요즘 나 스스로를 자신(자기계발의 신)으로 부른다ㅋㅋ 바다소 덕분이다. 아무튼 오늘이 월요일인데 마치 금요일이나 토요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디 여행을 와서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앞으로도 요일에 상관없이 종종 이런 티타임을 가져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