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작은 이야기 / 194 페이지
아령 들고 산책하기 2014-09-22 박형종
블루투스 스피커 『피스넷 써클』 2014-09-21 박형종
오십견과 아침 산책 2014-09-21 박형종
벨라시티와 프라디움 모델하우스 2014-09-20 박형종
아침형 인간, 지금 당장 롤렉스시계를 사라 2014-09-20 박형종
1609 [191][192][193]194[195][196][197][198][199][200] ... [322]  
패러다임 시프트

나는 지난 일 년 반 동안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으로 사제동행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쿤에 따르면 과학혁명이란 기존에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던 패러다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되는 것(패러다임 시프트)을 말한다.

쿤 이후 패러다임이란 말은 과학계뿐만이 아니라 경계,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말로도 폭넓게 사용되어왔다. 어찌 보면 사회가 급격히 변하는 동안에는 기존의 패러다임 하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확산시키려는 사람들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령 탄광에서 석탄을 채굴하고 공장에서 연탄을 만들고 그것을 유통하는 산업 체계와 도시에 가스관을 묻어서 스위치만 돌려 난방을 하거나 요리를 하는 산업 체계는 서로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30년 사이에 가정용 연료의 패러다임은 연탄에서 가스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탄광이나 연탄 공장에서 성실히 노력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몸담은 직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패러다임 시프트를 쉽게 말하자면 "시대의 흐름"이다.

그래서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주시하는 것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사회든, 국가든 매우 중요하다. 낡은 패러다임에 갇힌 사람이나 조직은 죽어라 노력한다 해도 빛을 보지 못하고 쓸쓸히 사라질 것이다. 많은 국가나 기업들이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패러다임 시프트는 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수십 년 동안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을 고통에 빠뜨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와 현재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그런데 1분 뒤도 알 수 없는데 어떻게 5년 뒤, 10년 뒤, 30년 뒤를 내다볼 것인가?

신기한 점은, 내 생각에, 1분 뒤는 알기 어려워도 30년 뒤는 알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물리학에 비슷한 게 있는데 가령 입자 3개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입자가 무지하게 많은 경우는 그것의 성질을 통계적으로 다룰 수 있다. 핵심은 먼 미래를 아주 정확히 알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대략적인 흐름을 판단할 수 있으면 되고, 대개의 경우 그런 변화의 힌트는 미리 알 수 있다. 다만, 과거의 패러다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그런 힌트를 곧잘 놓칠 뿐이다.

혹시 내가 생각하는 30년 뒤의 세상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도 생각을 정리할 겸 언젠가 그것에 대해 글을 써볼 작정이다.


어제 저녁 추석 명절에 못 갔던 금산 처가에 갔다가 오늘 아침 올라왔다. 지금 피곤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다보면 피곤한 것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무한도전의 라디오 특집을 녹음한 것을 자동차 블루투스 오디오를 통해서 들었다. 며칠 전 시훈이가 유재석 편과 하하 편을 녹음해 놓은 것이 다행이었다. 덕분에 올라오는 길이 짧게 느껴졌다. 다 못들은 하하 편은 집에 와서 포도를 먹으며 거실의 블루투스 사운드바로 들었다. 무한도전은 아이디어도 좋고, 멤버들도 대단하다. 라디오는 실시간으로 청취자들이 참여할 수 있어 텔레비전보다 다이내믹한 것 같다.

어제 금산에 내려가기 전에 학교체육대회를 하고 오후 5시에 집에 왔었다. 체육대회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서재를 다른 느낌으로 바꿔보고 싶었다. 편안하게 2인용 소파를 놓으면 어떨까하고 쇼핑몰을 검색해보다가 5시 반에 금산으로 내려갔었다. 오늘 올라오는 차 안에서 서재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생각해보았다. 서재를 산뜻하게 꾸미고, 2인용 소파에서 편하게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서재를 취미실 겸 작업실로 바꾸고, LP플레이어도 들여 놓으면 좋겠다. 지난번에 대학로의 중고서점에서 산 LP판을 플레이어가 없어서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바다소의 메인 페이지 포맷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궁리를 했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를 괴롭혔던 것인데 막상 집에 와서 작은 이야기 조회수 증가 방지에 대한 작업을 하다가 이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겨서 금방 끝냈다. 최근 글의 목록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그것과 일치하는 글에 대해서만 글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렇게 간단한 대책을 두고 몇 달 동안 고민했다는 것이 허탈할 지경이었다. 이로서 바다소에 남은 거의 마지막 과제가 해결되었다.

미래를 알 수 없을 바에야 단순히 열정이 이끄는 대로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물론 훌륭한 자세다. 열정이 없다면 심각한 문제다. 최상의 상황은 열정을 바쳐 한 것이 시대의 흐름에 잘 맞아 떨어진 경우다. 일단 열정을 바쳐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자.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주변 환경을 바꿔보자. 책을 읽거나 좋은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자. 가만히 제자리에 있어서는 아무 힌트도 얻을 수 없다.

생각을 정리하려고 글을 쓴 것인데 오히려 생각할 게 더 많아진 것 같다. 아무래도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가봐야겠다. 선선한 가을 공기 속에 내가 원하는 힌트가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박형종   2014-09-14 (일) 18:34   인쇄


다음 글 아침형 인간, 지금 당장 롤렉스시계를 사라박형종

이전 글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 - 수다박형종
 
구독 55
박형종 Legend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