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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프랑스, 아름다운 판타지

지난 주 토요일부터 오늘 화요일까지의 4일 연휴가 시작되자마자 1박 2일로 쁘띠프랑스를 다녀왔다. 거의 세 달 전에 예약을 해놓았었다. 내가 예약한 방은 복층이라서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프랑스의 가정집에서 자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기에는 복층이 제격이다. 여행에서 자는 것과 먹는 것에 쓰는 것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출발하면서 동네 마트에 들러 숙소에서 먹을 빵과 컵라면을 넉넉하게 사고, 아이스크림도 샀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운전을 했다. 일부러 고속도로 대신에 국도를 택했다.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차가 길게 늘어선 모습을 지켜보며 강을 따라서 조금 더 가니 쁘띠프랑스가 나왔다. 그런데 중간에 식당이 있을 줄 알았는데 낭패다. 2시에 체크인을 하자마자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었다. 그나마 다행히 매점에서 저녁에 먹을 돈가스 도시락과 떡볶이, 웨지 감자를 살 수 있었다. 그것마저도 곧 품절되었다.

쁘띠프랑스.. 몇 년 전부터 오고 싶었었다.

22년 전에 나는 에펠탑을 보면서 깜깜한 밤에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했었다. 할 줄 아는 프랑스 말은 "봉주르" 밖에 없었다. 2차 대전 때 독일군 점령의 악몽에 빠져 살던 뻬르지아나 할머니의 다락방, 인텔리전트한 레만 부인의 대저택. 쁘띠프랑스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그 당시의 느낌을 일부라도 되살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지형의 높이차를 이용해서 단조롭지 않고, 원색으로 칠해진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오르골 시연, 끈에 매달린 관절 인형 마리오네트 피노키오 공연, 인형에 손가락을 넣어서 하는 기뇰 공연, 원형 무대에서 펼쳐진 마리오네트 댄스 공연, 온갖 악기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 매직마임 등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 밖에도 전통 프랑스 주택, 전망대, 원형 분수 광장, 강마에카페, 골동품전시관, 종탑, 유럽인형의 집, 생택쥐페리 기념관, 이벤트관, 프랑스전통놀이 체험관 등등 볼거리가 많았다. 그리고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가 도민준에게 끌려서 날아가는 위치에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무대도 만들어져 있었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로 곳곳이 북적거렸다.

점심을 먹고 여러 개의 공연을 구경하다보니 저녁 7시 반이 되었고, 저녁 7시 반에는 별그대의 장면대로 모든 등이 꺼졌다가 다시 켜지는 이벤트도 진행되었다. 그 순간을 보려고 많은 관광객들이 저녁에도 입장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해가 길어져서 불이 꺼져도 어둡지 않았다는 것이 함정. 마치 영화 "시네마천국"에서처럼 종탑의 벽면에 별그대의 장면이 투영되고 있었다. 아무튼 영화나 드라마의 힘은 대단하다. 또 생텍쥐페리 기념관을 보면서는 문학의 생명은 영원하다고 느꼈다.

저녁은 원형 분수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숙소에서 돈가스 도시락과 컵라면 두 개를 끓여서 먹었다. 아침에 마트에서 장본 것을 담았던 종이박스를 식탁으로 썼다. 구경도 잘했고 분위기도 좋아서인지 꿀맛이었다.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한 다음에는 산책을 나갔다. 관광객들이 모두 빠져 나갔지만 부분적으로 조명을 해놓아서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한가롭게 산책을 하고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관광지에서 숙박을 하는 장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밤 12시에 들어와서는 나와 아내는 맥주 한 캔을 나눠먹고, 아이들은 탄산음료를 마시며 모처럼 늦은 시간에 대화를 나눴다.

다음날 아침 7시 반에 일어나서 잠이 덜 깬 시원이는 놔두고 나와 아내와 시훈이는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아직 새로운 관광객이 입장하기 전이라 조금 쌀쌀한 아침 공기에 새소리만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아침을 빵으로 먹고, 기념품점과 종탑을 구경했다. 종탑에서 무심코 종을 쳤던 시원이는 큰 소리에 깜짝 놀라 귀를 두 손으로 막았다. 나도 그렇게 큰 소리가 나리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그 다음에 우리들은 살살 종을 쳤다. 종을 직접 쳐본 것만으로도 이 날의 체험은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공연 중에서 전날에 보지 못했던 매직마임을 보기 위해 일찍 야외 무대를 찾았다. 정말 이렇게 재미있는 공연은 처음 본다. 나는 맨 앞줄에 앉아 동영상을 찍다가 공연가가 분무기로 뿌리는 물을 그대로 맞는 봉변을 당했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물론 나도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봉변을 당할 때 박수치며 좋아했다.

체크아웃하고 점심은 숙소 옆의 테라스에서 또 컵라면과 과자. 그래도 즐거웠다. 골동품전시관, 프랑스전통놀이 체험관 등을 구경하다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서 아이스크림과 아이스카페라떼를 마시며 낮 1시 반까지 느긋한 시간을 즐겼다.

원주로 오는 길에 성처럼 멋있는 테라로사에 우연히 들러서 그곳 베이커리에서 구운 빵과 함께 커피를 마셨고, 두물머리도 구경했다. 넓고 긴 강가에는 파릇파릇한 5월의 생명들로 활기가 넘쳐났다.


똘러랑스(이해심). 레만 부인이 자주 하던 말이다. 인종의 차이보다 같은 인종 안에서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더 크다. 어느 인종이 우월한가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고, 여러 인종이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그러려면 서로 다른 얼굴, 풍습, 말, 문화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 레만 부인은 돌아가셨겠지만, 그 말은 아직도 내 가슴 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다.

내가 쁘띠프랑스에서 보고 싶었던 것은 단지 아름다운 건물과 멋진 공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를 "한국에 있는 아들"이라고까지 하면서 극진히 대해주셨던 레만 부인과 프랑스 사람들의 향취를 느껴보고 싶었다. 물론 그것은 마치 동물원에서 아마존을 찾는 것과 같이 바보스럽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인생은 어디에서나 똑같다.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래도 힘들거나 외롭거나 슬프거나 누군가가 몹시 그리울 때,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과 같은 판타지가 위로가 될 것이다. 내게 쁘띠프랑스는 그런 아름다운 판타지였다. 매직마임에서와 같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있는데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의 요령이 아닐까?
박형종   2014-05-06 (화) 23:56   [3]   인쇄
박시원 정채현 강승우님이 이 글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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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현   선생님! 쁘띠프랑스 좋으셨으면 파주에 있는 프로방스 마을도 꼭!! 가보세요! 진~~~~~~~~~~~~~~~~~~~~~~~~~~~~짜 좋아요! 맛있는 것도 많고, 프로방스 마을을 재현해 놓은 곳이라서 예쁜 카페랑 상점이랑 팬시점이랑...다~~~예뻐요! 너무 좋아서 한 다섯번은 갔던 것 같은데 ㅋㅋ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강추에요!!
2014-05-09 00:07  답글
박형종
박형종   오홋 땡큐! 파주 프로방스!! 두 번 가봤어. 느낌 있는 곳이야~ 최근에 가본 지는 5년 쯤 된 것 같은데 지현이 글을 보고 올해 중에 한 번 가보고 싶네. 헤이리, 파주출판단지를 묶어서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아. 그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겠지.
2014-05-09 06:30  답글
박시원   아 쁘띠프랑스 또 가고 싶네요

2014-05-10 09:06  답글
박형종

박시원님의 답글에 대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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