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 31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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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백설공주,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2006.04.04)
 
오늘은 학교 회식에 참석하고 집에 오면서 아이들이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저녁 8시 20분이었고, 시훈이는 엄마랑 한글 쓰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9시쯤에는 메모지에 아빠 심심해라는 편지를 써서 나에게 보여주며 자기와 같이 놀자고 졸라댔습니다. 며칠 동안의 피로가 누적되어 조금 피곤하기도 했지만 혼자 있고 싶기도 하여 일단 되돌려 보냈습니다.

실망하며 안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는데 잠시 인터넷을 하면서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이 아이와 노는 것에 비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른 컴퓨터를 끄고 책을 읽어주러 안방에 들어갔습니다.

아내와 둘째 시원이가 책을 읽는 모습을 누워서 보고 비디오도 찍다가 또 시훈이랑 장난도 치다가, 불을 끄고 장난치고 그렇게 몇 십분간 놀다가 잠도 재울겸 시훈이보고 옛날 이야기좀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불을 끄고 안방 바닥에 누워 시훈이가 첫 번째로 들려준 이야기는 서로 싸우다가 칼로 찌른다는 것이었고, 좀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였더니 두 번째로는 달과 별과 무지개로 시작하여 잘 나간다 싶었더니 무지개에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고 달에 가서 목이 말라 오줌을 먹는다는 이야기였고, 세 번째는 자동차를 타고 가다 정비소에서 차를 고친다는 이야기 등등..

그것을 듣고 있다가 아이의 정서가 메말라 있는 것이 아닌가 섬뜩한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겠노라고 잘 들어보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자신은 전혀 없었지만.. 그리고는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몇 개 안되는 글과 영화의 장면들을 최대한 기억하려 노력하며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미녀와 야수.. (시훈이가 몹시 끼어들어 오줌과 똥, 로봇, 칼로 싸우는 이야기들을 해댐)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여전히 계속 끼어들며 자기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나섰음. 이제는 조금 내용에 걸맞게 이야기를 전개하였지만, 공주와 키스를 한 왕자님이 독에 걸려 죽었다는 식으로 끝냄).

시훈이의 집요한 끼어들기로 두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거의 50분쯤 걸렸는데 그래도 재미있었는지 오늘은 그만하자고 하니 더 들려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래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야기를 1부만 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알리바바가 도적들의 보물을 훔치는 장면까지 이야기 해주었는데요.. 흥미진진해 하며 내일 2부, 3부, 4부 이야기는 어떻게 되냐며 묻고, 등장 인물들이 누구냐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내일은 조금 공부를 해서 이야기를 들려줘야 겠습니다. 오늘 들려준 이야기는 오래된 기억을 갑자기 되살리려니 내가 생각해도 줄거리가 너무 엉성했던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줄 때에 비해 불을 끄고 이야기를 들려주니 내 스스로도 아이의 머릿속에 그림을 잘 그려주기 위해 말을 풍부하게 하게 되고, 아이도 여러 가지 상상을 하는 모습입니다.

안방에서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나오니 10시 30분 입니다. 오늘 내가 매우 소중한 것에 너무 소홀했다는 반성을 합니다. 그리고 내 엉터리 같은 이야기에 흥미를 보인 몇 안되는 청중들에 감사하며 내일은 오늘보다 더 능숙한 이야기꾼이 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박형종   2006-04-04 (화)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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