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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장에서의 마지막 날

아내가 시훈, 시원이와 함께 첫 비행기를 타야했기 때문에 목요일 6시에 알람을 맞춰놓았지만 그 보다 훨씬 일찍 눈이 떠졌다.  제주공항에서 가족을 배웅하고, 나는 한라병원으로 돌아와 퇴원 수속을 밟았다. 10시쯤 절차가 마무리 되었지만 혹시 몰라 서울에서의 진료가 끝날 때까지 병원에 머물며 병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며칠이었지만 병원이 아니었다면 제주 사람들과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흔치 않았을 것이다. 나는 걱정 때문에 말을 많이 하지 못했지만 아내와 시훈이, 시원이는 평소처럼 마음껏 사귀었다. 병원을 떠나려니 이 분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며 훗날을 기약했다.
 
시훈이는 11시에 진료를 끝내고, 점심을 먹고 외가댁인 금산으로 갔다. 나도 이제 병원을 떠날 때가 된 것이다. 노형동의 까페베너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인터넷을 했다. 이 동네는 신제주라 불리는 곳으로 나중에 가족들과 다시 한번 들르고 싶다.
 
모구리야영장에 오니 아직도 텐트들이 많이 보였다. 막바지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다. 다행히 내 텐트는 지난 태풍에 무사했다. 태풍이 오기 전에 텐트를 보강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야영장 이웃(녹차청년)이 햇빛에 짐을 말리고 있었다. 병원에 있었던 화요일 아침 야영장 이웃으로부터 태풍에 대비하여 텐트를 보강하여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었다. 그날 거친 비바람 속에서 이웃 세 분이 텐트를 보강하는데 도움을 주셨다. 시훈이가 평소 그 분들을 잘 사귀어두었던 덕이다. 그 분들도 시훈이에 대해 많이 염려해주셨다.
 
텐트가 무너지거나 휘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텐트 안에 빗물이 고여 있었다. 짐을 밖으로 꺼내 말리고 씻어서 하나씩 정리를 했다. 낮 2시에 시작했는데 이웃 사람들이 도와줘서 밤 9시 무렵에야 간신히 차에 짐 싣는 것을 끝낼 수 있었다. 올 때는 이 짐을 싣고도 4명이 차에 타서 왔는데, 갈 때는 운전석을 빼놓고는 짐들로 가득찼다. 아내와 아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지 않았다면 난감했을 것이다.
 
우리가 텐트를 칠 때는 그 자리 밖에 빈 곳이 없어서 거기에 쳤는데, 의외로 좋은 자리였던 것 같다. 빈 곳이 많았는 데도 두 집이나 구태여 그 곳에 텐트를 치려고 했다. 
 
야영장을 떠나려니 이웃이 쉬었다 가라고 해서 즉석에서 수박, 사이다, 막걸리, 설탕, 얼음 등으로 조제한 음료를 마시며 밤 11시까지 5명의 남자 어른들이 대화를 나눴다. 이것이 캠핑장의 진정한 매력일 것이다. 가족을 떠나보내고서야 마지막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날 첫 배라서 항구 근처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이미 밤 12시가 넘었지만 탑동 방파제에는 무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 낚시하는 사람들,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차를 잠깐 세우고 방파제를 구경했다. 방파제 바로 아래까지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바다가 무섭게 넘실댔다.
 
그 옆의 멋진 호텔에서 잘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나 혼자 자는데 그런 것은 사치일 것이다. 내일 먼 거리 운전을 생각해서 편한 곳에서 자고 싶었다. 약간 무서운 느낌까지나는 여관, 하루에 10만원이라는 민박도 패스. 이렇게 30분가량 차로 돌다가 결국 용두암 해수랜드 찜질방에서 자기로 했다. 지난번에 산방산온천에서 하루 잔 것이 이런 결정에 도움이 되었다.
 
해수랜드는 나와 같은 목적으로 하룻밤을 간단히 때우려는 사람들도 북적거렸다. 바닥매트도 없고, 조명도 조금 밝은 편이라 잠자리는 불편했다. 그래도 몸이 워낙 피곤해서인지 1시 반쯤에 잠이 들어서 6시까지 내쳐 잤다.
 
제주항에서 배에 차를 싣고, 표를 끊고, 부랴부랴 김밥과 삶은 달걀을 사서 한일카훼리1호에 탔다. 휴게실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갑판에서 바다를 구경하다 휴게실에서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자니 졸음이 몰려왔다. 객실에서 잠이 들었다. 
 
이렇게 제주에서의 여행이 끝났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도 바다소에 일지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고심했었다. 쓰더라도 비공개로 하는 것이 심적 부담이 없을 것 같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어땠는지 모르겠다.
 
여행의 목적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듯이 먼 훗날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어 자기의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때쯤 이 글들에서 추억거릴 발견하게 된다면 보람을 느낄 것이다.
박형종   2010-08-14 (토) 23:44   [1]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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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종   글솜씨가 없어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고민이 되었는데,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2010-08-17 20:47  답글
 

박형종님의 답글에 대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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