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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주에서

어제 저녁 가족이 다시 원주에 모였다. 3주만이다. 나는 완도에서 7시간을 걸려 차로 왔다. 원주에 도착하니 내가 살던 곳인가 싶을 정도로 낯설었다. 아파트 라인 입구의 비밀번호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내와 시훈, 시원이는 금산에서 버스로 나보다 2시간 먼저 집에 왔다. 마침 원주 시외버스터미널에 새로 오픈한 크리스피도너츠의 이벤트에 참가해서 저금통 2개와 안마기를 탔다고 한다. 못말리는 이벤트 가족이다.
 
저녁을 먹고는 차에서 짐을 꺼내 낑낑거리며 집 안으로 가져왔다. 정말이지 이렇게 짐을 싣고, 꺼내 정리하는 일이 귀찮아서 캠핑은 자주 못하겠다. 왜 캠핑 고수들이 간단 모드로 다니는지 이해가 된다. 워터드립 커피를 설치해놓고, 밤에 집 근처를 짧게 산책하고는 바로 잠에 골아 떨어졌다.
 
오늘 아침 8시 시훈이가 제일 먼저 일어났다. 붕대로 감은 왼손 가운데 손가락은 하늘로 치켜세우고, 다른 손으로 자기 방에서 레고를 만지작 거렸다. 내가 그 방에 들어가니 반갑게 맞으면서 첫 마디가 "제주도 재미있었지?"하는 것이었다. "응. 그래. 시훈이는 뭐가 제일 재미있었는데?" "카트 타는 것!" "나도. 다음에 가면 또 타자~" "그래." 그러면서 금산에서 막내 이모가 사주었다는 조그마한 레고 자동차를 자랑했다. 시훈이는 레고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고, 나는 레고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면서 그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들어주었다. 한 손으로 레고를 조립하는 방법(물론 두 발바닥을 동원해서), 레고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 자기가 만든 레고들에 대한 설명 등등.
 
듣고 보니 자기 반에서 시훈이가 레고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았다. 한동안 레고 사는 것을 금지했었는데, 레고를 가지고 뚝딱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보니 적어도 한 시리즈 정도는 다 갖춰주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밤 자기 직전에는 어항의 물고기들이 노는 놀이터를 만들었는데, 그것을 진짜 어항속에 집어 넣을 궁리를 하는 것 같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밖에 나가지 않았다. 아침을 크리스피도너츠로 먹고, 어제 들여놓은 캠핑 짐을 정리하고, 점심으로 수제비를 먹었다. 해남에서 사온 고구마를 구워먹고, 낮잠을 자고, 텔레비전으로 스타킹을 보다가, 저녁먹고 아내와 한참 캠핑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시원이는 큰 이모가 사주었다는 드레스를 입고 거실 한켠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다가 내가 바라보면 부끄럽다며 자기 방으로 뛰어갔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 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여행 전에는 집에 대해서 불평이 많았던 아내가 왜 이렇게 좋은 집을 놔두고 좁은 텐트에서 잤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제 방학과 함께 시작된 제주 여행과 그것을 주제로 한 글도 끝이다.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지난 일들이 꿈만 같다.
박형종   2010-08-14 (토) 23:48   [1]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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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에 넣어야지
그리고 나  레고 자동차 도로도   사줘~

2010-08-16 10:45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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