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
요즘 날이 무척 덥다. 에어컨을 낮부터 밤늦게까지 켜고 산다. 밤 12시쯤 거실 텐트에서 자는데 대개 아침 6시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바닥에 앉은 채로 소파에 기대어 잠이 서서히 깨기를 기다린다. 오늘 아침에도 그런 패턴으로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는데 좋은 생각이 반짝 떠올랐다. 그 즉시 서재로 가서 리클라이너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바다소에 아이디어를 메모했다. 슈팅게임 같은 것을 보면 화면 귀퉁이에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작은 맵이 있는데 이것을 바다소에 응용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시훈이를 근무지로 바래다주기 위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드라이브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었다. 부엌 베란다 창문을 열기 편하게 빨간 벽돌 세 개로 디딤돌을 만들었고, 에스프레소 머신 옆에는 샷잔을 올려놓기 위해 코르크 받침대를 놓았다. 빨간 벽돌들은 오래 전부터 집에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알맞은 쓰임을 찾았다. 작은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에도 10년 이상 걸린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때그때 참아가며 지내다보니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뒤에 아침에 생각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오랜만에 바다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오전 11시부터 작업해서 중간에 점심 먹고, 낮잠 자고, 저녁 먹고, 아포카토 먹으며 티타임을 갖는 등 천천히 해서 8시간 정도 걸렸다. 이달의 바다소 포인트를 가로축으로, 꿈속도를 세로축으로 하는 맵을 보여주고, 화면 안에 들어오는 회원들의 좌푯값들을 점으로 나타낸다. 빨간 점은 본인의 좌표를, 초록 점은 가장 최근에 기록한 사람의 좌표를 나타낸다. 새로운 기록이 발생할 때마다 좌푯값이 변하고 점이 움직인다. 이러한 움직임 때문에 화면이 흥미롭게 변한다. 맵 덕분에 조금은 더 자기계발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