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의 데이트 금요일 저녁 퇴근하니 아내가 햄버거를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집 근처의 “레거스타버거”라는 곳이 정식 오픈을 앞두고 음료수 값만 내면 햄버거를 주는 이벤트를 한다고 했다. 저녁 식사로 버거가 그리 구미에 맞지는 않았지만 금요일 이벤트로는 괜찮을 것 같았다. 조금만 늦어도 헛걸음할 뻔 했다. 우리가 마지막에서 두 번째 손님이었다. 두툼한 한우패티가 들어간 버거가 한 끼 식사로 훌륭했다. 요즘 원주에 이런 식으로 오픈 이벤트를 하는 곳이 여럿 있어서 소소한 재미를 준다.
저녁 먹고 최근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 단지의 야간 조경을 구경할 겸 가볍게 산책을 하고 “빵공장 라뜰리에 김가”로 가서 자몽에이드를 마셨다. 라뜰리에 김가는 3년 반 전에 들어서며 원주의 카페를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조경과 인테리어, 규모 면에서 카페의 품격을 한껏 높였다. 덕분에 그 이후로 들어선 카페들은 경쟁하듯 자신만의 개성을 자랑하고 있다. 라뜰리에 김가는 최근에 건물 외곽에 숲과 논밭을 내려다보는 전망이 멋진 자리를 만들고, 조명을 추가하여 더욱 멋있어졌다. 내가 볼 때 여전히 원주 최고의 카페임에 틀림없다.
입장하기 전에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창가 자리에 앉아 10시가 넘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시원이는 집에서는 평소 밥을 먹기가 무섭게 방에 들어가서 스마트폰을 하는데, 카페에서는 많은 말을 했다. 그러다 오늘 방송을 시작하는 예능을 유튜브로 봐야한다며 스마트폰으로 그 방송 사진을 한 장 보여주었는데 그 유치함에 토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의 소중함과 하루하루 조금씩 발전하는 것의 위력에 대해 스마트폰으로 계산한 숫자를 보여주며 이야기했다. 다행히 카페 분위기가 좋아서 어느 정도 잘 전달된 것 같다.
카페를 나서려는데 입구 쪽 테이블에 앉아 계신 사장님이 보였다. 카페가 한창 공사 중일 때부터 몇 차례 만나 카페에 대해 물어보곤 했는데 본인을 알아보는 것이 기쁘셨는지 빵도 챙겨주셨다. 카페를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밤에 내리는 비가 카페와 잘 어울렸다. 평소처럼 집에서 저녁을 먹었으면 햄버거 가게의 활기찬 기운도, 카페의 멋진 풍경도, 시원이와 나눈 이야기도, 이렇게 쓰는 글도 없었을 것이다. 금요일 밤의 데이트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