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꾸준히 할 것인가? 장맛비가 오락가락 한다. 저녁 먹고 잠시 산책을 나갔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서둘러 집으로 들어왔다. 어제 서울에서 너무 늦게 내려온 때문인지, 오늘이 월요일이어서인지, 비가 와서 그런지 컨디션이 별로다. 이런 날은 만화책이나 보다가 일찍 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다락방이 있는 주택에 살았는데 장맛비가 내리면 작은 다락방에 누워 빗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지붕에 따닥따닥하고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게 아쉽다. 그나마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면 비슷한 정감을 느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어제는 시훈이와 서울에 다녀왔다. 아들과 단 둘이 서울에 간 것은 처음이다. 시원이는 내일부터 중학교 기말시험이라 도서관에 공부하러 갔었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고에너지물리학회에 참석한 초칭 가족을 만나 인규형이 사준 점심을 먹었다. 베이징에서 만난 이후로 3주 만에 장소를 바꿔 다시 만났다. 후배들이 어엿하게 대학교의 물리학과 교수들이 되어 세계적인 학회를 주관하는 모습도 뿌듯했고 감회가 새로웠다. 물리학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고향 사람들을 보듯 편하다. 초칭은 물리학을 연구하는 것보다 우리나라 관광 일정을 짜는 것이 더 머리가 아픈 것 같았다. 내가 조금 도와줬지만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아들과 함께 온 김에 가로수길의 애플스토어, 강남 교보문고, 코엑스몰을 구경하고, 저녁에는 학회에서 주최하는 블랙홀에 대한 공개 대중강연도 들었다. 비록 CERN의 이론물리부장을 맡고 있는 쥬디체 박사가 블랙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고 여러 차례 말하였지만,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블랙홀과 같은 천체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고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하다.
오늘은 학교에 졸업생 이성문과 정동현이 왔다. 역시 바다소가 잘 있냐고 물어봤다. 어떻게 졸업생들이 똑같이 물어보는지 신기하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바다소가 잘 돌아가는 것을 보여주고 동현이의 바다소 검색 결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플랜A를 준비하고 한참 실행할 때에라도 플랜B와 플랜C에 대해서도 씨를 뿌려야 한다는 점을 말했다. 인생이 길기 때문에 하나의 플랜으로 긴 시간을 모두 커버할 수도 없는데 플랜A가 종료되고 나서 플랜B와 플랜C를 고민하면 이미 늦다. 이상적인 것은 이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동시에 돌아가는 것이다.
어제 코엑스 영풍문고와 강남 교보문고에서 주의 깊게 매대에 놓인 책들을 살펴보았다.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 관련 서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요즘 이런 책들이 주로 팔린다는 뜻이리라. 책을 드문드문 펼쳐보았는데 좋은 말들임에는 틀림없지만, 비슷한 책을 수십 권 읽은 입장에서 말하자면 실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항상 문제가 된다. 작심삼일이라고 책을 읽고 무릎을 탁치며 감탄해서 따라 해보는 것들이 대개 이삼일을 넘기지 못한다. 그래서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물리학에 대한 연구든, 어떤 공부든 1만 시간 정도는 해야 새로운 경지가 펼쳐진다. 그러므로 이제 그런 책들을 펼쳐볼 필요가 없다. 지금 해야 할 것을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시험 점수가 아니다. 핵심은 다음이다. 무엇을 꾸준히 할 것인가?
그제 토요일에는 바다소에서 시간기록 중일 때 콘텐츠 상자를 하늘색으로 나타내었다. 바다소의 시간기록 프로그램이 힘들지만 보람 있는 시간을 시작하고 지속하는 약간의 인센티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