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천과 자전거와 나 5시에 일어나서 금산 친척 결혼식에 가는 아내를 터미널에 배웅해주고 나 혼자 원주천에서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를 타기에 최고의 날이었다. 아파트 옆 풀숲에 숨어 있던 노루가 인기척을 느끼고 얼른 튀어 올라 치악산 쪽으로 도망쳤다. 사진을 찍을 틈도 없었다. 저녁 때 노루를 봤다고 가족에서 말해주었는데 아무도 믿지 않았다. 물을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자주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군데군데 물이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경쾌하게 흘렀다. 손을 담가보고 싶은 물이다.
인천, 서울, Orsay, 강릉, 대전 등에서 살아보았고 지금은 원주에 살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기에 가장 좋았던 곳은 강릉이었다. 포남동에 자취하면서 강릉대로 출근할 때 일부러 경포호를 한 바퀴 도는 기분은 최고였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도 우비를 쓰고 달렸고 더욱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2년 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갈 때 그 자전거도 가져갔지만 그 때의 느낌은 맛볼 수 없었다. 원주도 의외로 자전거를 탈만한 곳이 많지는 않다. 차에 싣고 조금만 가면 탈 곳은 많지만 자전거를 차에 싣는 것은 반칙이다.
지금 사는 곳은 바로 옆에 원주천이 흘러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전거를 실컷 탈 수 있다. 하류를 따라가면 서울까지 갈 수 있다. 하류로 5분 정도만 가면 새벽시장이 나온다. 아내와 함께 종종 장도 보고 부침개도 사 먹는 곳이다. 한 시간 정도 더 내려가다가 중도에 돌아온 적도 있다. 집에서부터 가면 너무 멀지만 강천이나 여주쯤에서 4대강 보를 따라 가면 중간 중간 재미난 볼거리가 많다. 집에서 출발하면 나는 주로 상류로 올라간다. 물이 더 맑고 폭이 좁아 정겹다. 중간에 빠지면 혁신도시에 몇 분 만에 다다를 수 있어 갑자기 현대적인 빌딩들에 둘러싸이게 된다.
경포호의 드넓고 탁 트인 느낌도 좋지만 원주천의 맑은 재잘거림도 좋다. 5월부터 10월까지 해가 떠오를 무렵, 해가 질 무렵은 자전거를 타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앞으로 날씨가 깨끗한 주말에는 무조건 자전거를 타게 될 것이다. 몸과 마음이 둘 다 건강해지는데 자전거만한 것이 없다.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행복한 계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