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베스 멀바우 테이블
이르베스의 멀바우 테이블_02를 구입했다. 길이 180cm, 폭 80cm짜리다. 주문한지 한 달이 지나서 오늘 밤 10시에 배달되었다. 배송하시는 분이 베테랑 솜씨로 혼자서 엘리베이터와 현관을 거쳐 거실까지 부드럽게 실어다주셨다. 딱 맞게 여러 문을 통과하는 것을 보니 한 단계 큰 사이즈로 변경할까도 싶었는데 무리하지 않았던 것이 좋았던 것 같다.
장인의 작품이다. 테이블을 둘러싼 포장을 벗기고 소파 앞에 세워놓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지금까지 많은 가구를 사봤지만 이번 멀바우 테이블은 처음으로 장인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바우는 톱날이 부러질 정도로 단단해서 가공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ㅁ자형의 다리까지 100퍼센트 멀바우를 사용하여 짜맞춤 방식으로 제작되었고 힘든 대패작업을 거쳐 친환경 천연 오일로 방수 마감되었다. 진한 색감과 아래로 육중하고 옆으로 날렵한 스타일이 월넛 색깔의 강화마루, 기다란 4인 가죽소파, 기하학적 문양의 커다란 카펫, 모던한 이케아 의자와 잘 어울렸다. 그 위로 활장스탠드 조명을 비추니 마치 카페가 집안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불을 켰을 때도 멋있지만 아침에 베란다로 들어오는 자연스런 햇빛을 받으면 커피향을 머금은 아름다운 색을 보여준다.
가족들이 매우 만족하고 있다. 원래는 6인용 식탁으로 주문한 것인데 여름 동안에는 거실에 놓고 에어컨을 쐬며 공부하는 테이블로 쓸 계획이다. 그 테이블에서는 잡지만 펴서 읽어도 럭셔리해 보인다. 그래서 아마 여름이 끝나도 계속 거실에 두고 쓸 것 같다. 아내는 나중에 똑같은 것을 하나 더 사서 식탁으로 쓰다가 두 개를 붙여놓고 파티 음식을 차려놓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 그 테이블 위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서재에 테이블이 두 개 있지만 되도록 거실로 나와서 멀바우 테이블에 앉아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인터넷도 하고, 공부도 할 생각이다. 테이블을 바라보며 매끄러운 표면을 만지고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그 앞에 앉으면 먼 외지에서 멀바우 나무를 키워낸 자연, 그것을 정성스레 가공한 장인과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세상에 이것과 똑같은 무늬의 테이블이 없듯이 나란 존재도 유일하다. 그런 나의 인생을 값어치 있게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새삼스레 떠올린다. 그래서 이 테이블 앞에서는 딴 짓을 하거나 시간을 낭비하지 못할 것 같다. 이 멀바우 테이블은 나에게 있어 그 어떤 위대한 현인보다도 더 훌륭한 멘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