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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찌아 클래식 커피머신

8년 전 아파트 베란다에 파벽을 붙일 때 얼어붙은 손을 녹이며 아이젠소의 커피머신으로 뽑은 에스프레소는 최고였다. 그 커피머신은 중간에 한 번 교환을 받아서 며칠 전까지도 잘 썼다. 그렇지만 지난주에 커피로스터를 사고 나서는 커피머신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로망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어차피 당장 살 여력이 없기 때문에 구경이라도 하자는 기분으로 수백만 원이 넘는 좋은 기계를 살펴보았다. 핸드백이나 시계와 마찬가지로 커피머신에도 명품이 있다. 몇 만 원짜리도 비슷하게 에스프레소를 뽑을 수 있지만 명품 커피머신은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폼이 난다.

그런데 며칠 전에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우연히 “가찌아 클래식” 리퍼제품을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거기다 선착순 열 명에게 상품평 이벤트로 3가지 사은품도 준다고 했다. 나는 얼른 구매를 했고, 이벤트에 응모해서 오늘 우드템퍼, 샷잔 2개, 스탠다드 바스켓을 사은품으로 받았다. 가찌아 클래식은 디자인이 멋있다. 폭이 좁아서 싱크대 선반에 그라인더와 함께 올려놓을 수 있었다. 그 김에 선반을 정리하고 싱크대도 닦았다.

아침에는 지난 주말에 볶은 커피로 카푸치노를 만들었다. 그라인더를 청소하고, 커피머신도 청소하고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커피를 뽑는데 30분 정도 걸렸다. 그래도 맛이 훌륭했다. 시훈이는 욕실에 물 떼가 끼는 것을 보고는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겠다고 했다. 시훈이가 욕실 청소를 하는 동안에 나는 화초에 물을 주고 커피를 볶았다. 그런데 커피콩을 조금 덜 볶았다. 온도와 시간을 제대로 맞추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아내가 준비한 김치볶음밥으로 점심을 먹고 로스팅 할 때 사용할 휴대용 가스와 커피머신에 쓸 생수 한 병을 사러 집 앞의 GS슈퍼에 갔다. 인터넷에서도 8천원에 파는 타이머 시계를 단돈 천원에 팔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가격이다. 이렇게 해서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만들기 위한 준비는 대충 다 된 것 같다.

저녁을 먹고 테스트할 겸 에스프레소를 뽑았는데 아침과 달리 깊은 맛이 나는 대신에 신맛이 강했다. 더 곱게 갈아서 몇 번 시도했지만 비슷했다. 결론은 커피콩을 더 볶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스프레소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커피콩과 그것을 어떻게 볶았느냐 이고, 커피머신은 10퍼센트 정도만 차지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이번에 볶은 것은 커피머신보다는 드립을 해서 마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고, 시원이가 독감에 걸려서 잠깐 산책하고 슈퍼에 갔다 온 것 빼고는 집에만 있었다. 그래도 가찌아 클래식 덕분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재밌었다. 에스프레소는 그대로는 매우 쓰기 때문에 설탕 한 조각을 넣어서 천천히 홀짝 대며 흔들어 설탕이 녹으면서 점점 달짝지근해지는 맛을 느끼거나 물을 부어 아메리카노로 마시거나 우유와 우유거품을 넣어서 부드러운 카페라떼나 카푸치노로 마신다. 에스프레소에 넣는 설탕과 물과 우유는 고달픈 인생을 달래주는 약간의 여유로움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박형종   2016-04-09 (토) 23:54   [2]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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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우   그라인더도 있고 로스터기도 있고 샷잔에 피쳐까지! 카페하셔도 되겠는데요?ㅋㅋㅋㅋ
2016-04-10 22:13  답글

강승우님의 답글에 대한 답글

*작은 이야기의 답글은 편집자가 인증할 때까지 발행대기상태로 웹에 보이지 않습니다.
박형종 강승우   벌써 홈카페를 차렸어!ㅋㅋ
2016-04-10 23:38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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