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배달의 무도-하시마섬 어제 토요일 학교 체육대회가 있었다. 수영을 배우면서 튼튼해진 다리 덕분에 단체줄넘기 할 때 힘이 덜 들었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선생님들과 쿠우쿠우라는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원주에서 식당에 들어가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초밥 위주의 뷔페식당인데 주말에 18,900원으로 가격도 다른 뷔페에 비해서는 싼 편이고 음식도 맛있었다. 그래도 뷔페의 결정적 단점인 너무 많이 먹게 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저녁을 먹고 새로 이사가는 선생님의 집을 구경했다. 베란다 유리문을 폴딩도어로 해서 마치 카페처럼 인테리어를 한 것이 멋있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멀쩡한 유리문을 뜯어내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폴딩도어가 제 역할을 다 하려면 바깥쪽 베란다 창문들도 폴딩도어로 열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러면 모기와 벌레들 때문에 꽤 귀찮아질 것이다. 나중에 단독주택이나 빌딩을 지으면 그 때 폴딩도어를 달아볼 생각이다.
어제 밤늦게 잤기 때문에 오늘은 늦잠을 자고 싶었으나 아침 7시가 조금 지나서 깨어났다. 그 김에 간단하게 원주천을 걸었다. 걸으면서 살기 좋은 집이란 어떤 집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집 안쪽(평면, 인테리어)과 바깥쪽(단지조성, 입지)이 같은 비중으로 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집에 들어와서 쑥쑥 잘 자나라는 고무나무를 분갈이해주고 9시 반에 삶은 고구마로 늦은 아침을 먹었다. 소파와 운동기구들의 위치를 바꾸면서 거실을 조금 깔끔하게 정돈하고 쌓인 먼지들도 청소했다. 그리고 부랴부랴 수영을 하고 점심에는 큰 처제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작은 처제의 새신랑이 구워줘서인지 꿀맛이었다. 휴대용 가스레인지인데 판이 두 배 정도로 넓어서 여러 명이 고기를 구워먹기에는 딱 알맞았다.
점심을 먹고는 큰 처제네 식구들은 개막전이 열리는 농구 경기를 보러 갔고, 우리는 작은 처제네 가족과 그레라는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시훈이와 시원이는 다른 테이블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느라고 신났다. 집에서는 게임을 못하게 말려도 카페는 게임할 자유가 허용되는 곳이다. 물론 독서를 하거나 더 나은 것을 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나는 카페를 참 여러 곳을 다녀봤는데 의자가 편한 곳이 최고다. 그런데 요즘 카페들은 일부러 그러는지 딱딱한 의자를 놓은 곳이 많다. 나는 그런 곳은 아무리 분위기가 멋있거나 커피가 맛있어도 가고 싶지 않다. 나에게 카페는 이야기를 하러 가는 곳이고 그러려면 의자가 편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침대는 무엇보다 매트리스가 편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녁에는 새로 생긴 통닭집에서 배달한 치킨을 먹으며 “1박2일”을 보았다. 재미있게 보다보니 시간이 금세 갔다. 어제 구경 간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는데, 나는 텔레비전이 없는 집은 상상할 수도 없다.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 2개, 셋톱박스 2개, 프로젝터가 한 개 있고, 스크린은 세 곳에 설치되어 있다. 노트북 5개, 컴퓨터 2개, 스마트폰 4개, 태블릿은 3개가 있다. 즉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TV나 동영상을 마구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일주일에 달랑 딱 두 개의 방송만 본다. 재미나고 유익한 프로그램이 넘치지만 그것을 즐길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1박2일”을 보고는 어제 녹화만 해놓고 못 본 “무한도전”을 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린 나이에 석탄을 캐러 강제로 끌려간 하시마섬이 방송되었다. 지난주의 우토로 마을도 그렇고 그 동안 이런 것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고 몰랐다는 것에 대해 부끄러웠다. 그리고 이번 방송을 보고 마음가짐을 더욱 바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정신을 산만하게 해서도 안 된다. 건강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더 나아져야 한다.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좋은 일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힘껏 도와주면 된다. 개미는 자기 몸의 수천 배나 되는 먹이를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돌리는 것은 결국 그런 개미들이다. 우리 자신이 그런 개미이자 그런 개미들의 리더라고 생각하고 더 나은 미래를 이 땅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하시마섬의 이야기를 들은 지금 나는 그것이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참으로 숙연해지는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