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235 페이지
1894개  
오늘 공부 2 2015-02-14 박형종
찐빵과 초콜릿 2015-02-08 박형종
제로투원 ZERO to ONE 2015-01-25 박형종
돈 2015-01-18 박시훈
호텔 3   [4] 2015-01-17 박시훈
⊙ ◁ [231][232][233][234]235[236][237][238][239][240] ... [379] ▷ 
제로투원 ZERO to ONE

"제로투원(ZERO to ONE)"은 페이팔 창업자 중의 한 사람인 피터 필이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기업창업에 관해 강의한 것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이틀 동안에 재미있게 읽었다. 방금 전에는 KBS1의 "러브인 아시아"라는 프로그램을 가족과 함께 보았는데, 브라질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온 마이라씨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러브인 아시아가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오늘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처음 보게 되었다. 역시 가족은 행복한 삶을 위한 더 이상 잘게 쪼갤 수 없는 레고 블록이다.

지난 목요일 아내와 시원이는 전날 처제 집에서 잔 김에 점심까지 거기서 먹었다. 나는 시훈이랑 비타민D도 얻을 겸 산책하면서 점심을 먹으러 중심가까지 30분 정도를 걸었다. 겨울 한가운데였지만 햇볕이 따뜻했고, 이야기를 하면서 원주천을 따라 걸었더니 금세 도착했다. 시훈이가 가보고 싶다는 2층에 있는 가게에서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막상 올라가보니 손님이 한 팀 밖에 없고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래서 나는 맥도날드로 가자고 했다. 맥도날드는 좋은 위치에 자체 건물을 지었는데 넓은 공간, 밝은 통창, 세련된 인테리어, 새로 개발되는 메뉴로 손님들을 끌고 있다. 나는 햄버거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분위기 때문에 가끔 맥도날드에 가는 것 자체는 좋아한다. 시훈이랑 행운버거(봉투가 금색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와 새우버거를 반씩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했다. 나는 두 가게를 비교하면서 부동산과 창업, 주식, 투자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결론은 한 마디로 비싸도 2층보다는 1층, 싼 주식보다는 비싼 주식, 싼 땅보다도 비싼 땅, 즉 비싼 것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싼 것을 사기 위해서는 돈을 아껴서 종자돈을 모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런 이야기는 집에서 하면 실감이 나지 않았을 텐데 맥도날드에서 하니까 현장감이 있었다.

2시 반쯤에 아내와 시원이가 맥도날드로 와서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와 아내는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한 시간 정도 더 있다가 북새통으로 책을 보러 갔다. 나는 인테리어와 주택에 관한 잡지들, 건축, 디자인, 여행, 자기계발에 관한 책들을 훑어보았다. 그러다가 "제로투원"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지은이는 스탠퍼드에서 로스쿨까지 나오고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성공시켰으며, 투자자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는 것이 많고, 설득력 있게 남들과 다른 시각을 보여주었다.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큰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기보다는 작은 곳에서 독점할 수 있는 10배 이상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라는 것이다. 그 새로운 기술이란 독자적인 기술일 수도 있고,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브랜드 전략이다. 또한 막연한 낙관주의를 피하고, 30년 뒤까지를 내다볼 수 있는 비전을 갖고 투자, 제품 생산, 홍보, 유통에 대한 꼼꼼한 계획을 세우고, 사적으로도 함께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 똘똘 뭉칠 수 있는 팀을 만들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창업자들은 마치 왕이나 유명 연예인처럼 한순간에 망가질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처신하라고 조언해준다.

지은이는 이것저것 보험식으로 가르치는 학교 교육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장차 가치 있을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사실 쉽지는 않은 일이다. 지은이 자신도 스탠퍼드를 졸업했고, 열심히 공부해서 로스쿨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았고 그 인맥들이 창업하고 사업을 하는데도 활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나중에 한 번은 더 읽어볼만한 책이다.

그런데 이런 책들의 마지막 장은 언제나 열려 있다. 결국 무엇을, 언제, 어떻게, 누구랑, 왜 할지에 대해서는 책을 읽는 사람 몫으로 남겨져 있다. 지은이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것보다 10배 이상 뛰어난 기술들이 인류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런 기술들을 개발하는데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 나도 지은이와 동감이다. 그래서 내가 그 열린 부분의 일부를 채워보자면 다음과 같다. 바로 오늘 작은 부분에서 노력하라. 미래는 크게 디자인하되 실천은 지금 당장 작게 하는 것이다. 노력해야할 가장 작은 단위는 자기 자신이고, 그 다음은 가족이다.

책에서 행복은 매우 조금 다루고 있다. 독점적인 사업을 펼치는 행복한 기업에서 일하면 행복해진다는 식이다. 맞는 말이지만 그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극히 적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행복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어떻든 누군가는 담배를 피우거나 술에 취해 있을 때 행복을 느끼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행복은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균형감과 약간의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큰 성공을 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목표가 없는 삶도 허무하다. 목표와 힐링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생물학적으로 제로에서 원이 되었다.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다. 이제는 자신의 선택으로 제로에서 원이 되어야 할 차례이다. 어떤 하나가 될 것이냐는 비전과 목표에 달려 있고 따라서 잘 디자인 되어야 한다. 매일 꺼내보고 그 의미를 세상 속에서 음미해야 한다.


삶은 1000조각 퍼즐 맞추기와 비슷하다. 완성되었을 때의 막연한 그림이 있고 그것을 위해 퍼즐을 맞추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어떻든 첫 번째 퍼즐을 제대로 놓아야 한다. 큰 그림을 갖되 작은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퍼즐 조각들이 제대로 맞춰지고 있는가를 중간 중간 살펴보아야 한다. 다만 삶의 퍼즐은 세상이라는 변화무쌍한 보드판 위에 떠 있고, 조각의 모양도 시시각각 변하며,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도 바뀐다. 삶의 퍼즐에서 완성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다행히도 이 게임의 특징은 퍼즐 한 조각을 어디에 놓을지 집중하는 동안에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바다소에 하루에도 수십 번 로그인 할 때마다 자동으로 내 목표들을 본다. 대개의 경우 그냥 지나치지만 어젯밤에는 그 목표들의 실천 항목을 일부 수정했다. 퍼즐 한 조각의 모양을 내 스스로 바꾼 것이다. 그것을 맞춰감에 따라 퍼즐의 완성된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더 정확한 말은 퍼즐의 완성된 모습을 바꾸고 싶어서 퍼즐 한 조각의 모양을 바꾸었다는 것이 되겠다.

어쩌면 나는 그 책을 다시 읽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책에서 남은 것은 제목뿐이다. 책에서 그 ONE은 하나의 독보적인 기술, 위대한 기업을 말하지만 나에게 그것은 하나의 퍼즐 조각이다. 제대로 된 퍼즐 조각 하나가 마치 온전한 생명을 만드는 세포처럼 행복한 삶을 이끄는 원천이 될 것이다. 단지 그것에 집중하면 된다.

점심을 잔치국수로 간단하게 먹고 시원이는 오빠에게 놀자고 매달렸는데, 내 권유로 거실에서 모노폴리 한 판을 한다. 모노폴리를 하면서 시원이는 엄청 웃고 있는데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같이 놀아줄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다. 마이라씨 방송에서 짠했던 부분은 마이라씨가 동생을 만나러 스페인에 가고, 시력이 10%밖에 남지 않은 80살의 아빠를 만나러 7년 만에 브라질에 가서 가족과 함께한 이야기였다. 단지 가족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무엇보다 큰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나도 마이라씨의 아버지와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올까?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마 그럴 것 같다. 치악산의 이슬 한 방울이 어느 물길을 따라 흐를지는 모르지만 계곡물은 대개 같은 바위 사이를 흐른다.

우리는 평생 재미와 행복을 추구한다. 거기에는 많은 측면이 있다. 새로운 퍼즐 한 조각이 이미 퍼즐판 위에 놓여 있는 퍼즐들과 여러 측면에서 맞아야 하듯이 조화로움이 필요하다. 목표와 힐링 사이의 균형을 이루고 그것이 가족, 사회와 세상 속에서 조화로울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재미와 행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10배의 기술적 진보는 가능하지 않다. 꼭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큰 디자인을 담고 있는 작은 퍼즐 한 조각을 살펴보는 것이다. 퍼즐 한 조각에 집중하는 동안 재미와 행복을 느낄 수 있고, 그 속에 나와 가족, 세상을 위한 가치가 들어 있다면 충분하다. 결론은 이렇다. 나는 퍼즐 한 조각은 통제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통제할 수 없다. 결과는 신의 영역이고 운에 달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재미와 행복을 일구는 것이다. 더 이상은 없다. 이것이 내가 볼 때 합리적인 사람이 도달하는 빤한 결론이다.
박형종   2015-01-25 (일) 13:18   인쇄


다음 글 《 찐빵과 초콜릿 》 박형종

이전 글 《 돈 》 박시훈
 
구독 79명
바다소 인텔리전스 BI
바다소 인텔리전스(BI)는 바다소 서버를 매개로 발전하는 인간지능을 뜻합니다. 그것은 유연하고, 창의적이며, 도전적인 정신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런 멋진 지능들의 동맹인 바다소 인텔리전스 동맹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바다소 인텔리전스 BI   사진   FAQ
박형종 - 바다소 인텔리전스 BI   동영상
알로하~ 하와이 인사말에서 배우는 현대의 스트레스와 불안 해소법 | 박형종 2026.8.31 스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