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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만들어라

나는 혼자서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거의 안 본다.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럴 시간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토요일 밤에 따분한 일을 하는 마음을 달래려고 KBS1 TV의 <세계는 지금>을 보았다.

"중국의 암 마을"이란 제목이었는데, 염색공장과 화학공장이 들어선 이후로 10년째 암 환자가 속출하는 중국의 어느 마을 이야기였다. 밤에 몰래 정화되지 않은 화학약품을 방류하여 물고기도 다 죽고, 사람도 암에 많이 걸리는 것이다. 그런 물에 뭐라도 살고 있다면 그것이 더 신기할 정도인 그런 시커먼 물이었다. 그런 암 마을이 중국에 300곳이 넘는다고 한다. 돈 있는 중국 사람들은 그런 오염 마을을 떠나 이사를 가거나 이민을 떠난다.

엄청난 인구와 세계의 공장을 자랑하는 중국의 이면에는 못 믿을 먹거리, 대기오염,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 문제는 중국만이 아니라 결국은 전 지구에 부담을 지운다.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아들과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 식탁에는 어느새 야금야금 유전자 변형 된 콩과 옥수수 등이 비집고 들어와 있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먹었을 때 어떤 영향이 있는지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해결책 중의 하나는 마치 공정무역커피처럼 조금 돈을 더 주고라도 친환경적인 기업의 제품을 사주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기업들이 더욱 인기를 얻게 될 것이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농약을 치지 않은, 유전자 변형이 없는 농산물이 인기를 얻는 것도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준 화면에서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황량한 마을 풍경이었다. 마을에 제대로 된 나무 한 그루 없었고, 집집마다 정원이나 텃밭 같은 것도 없이 건물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3층짜리 건물을 지은 돈이 있었으면 2층으로 건물을 짓고 남는 돈으로 정원을 꾸미면 좋지 않았을까?


오늘 아침 시원이가 친구랑 환경에 관한 사회숙제를 하러 원주천에 간다고 하기에 위험할 것 같아 나도 따라 나섰었다. 각자 조그만 가방을 어깨에 메고, 수첩과 카메라를 들고 원주천을 걸으며 쓰레기 사진도 찍고, 오리와 두루미 사진을 찍고, 걷는 시간도 재고, 불법 주차된 차량 숫자를 세고, 이것저것 수첩에 기록을 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나는 뒤에서 따라가며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찍었다.

12월이 코앞이었지만 날씨는 포근한 편이었고, 누런 갈대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원주천에는 다른 때보다 많은 오리들이 물을 즐기거나 햇볕을 쬐고 있었다. 치악산에서 공장하나 거치지 않고 내려온 계곡물이 더없이 깨끗해보였다. 오리 사진을 더 크게 찍으러 돌계단을 내려가면 귀가 좋은 오리들이 몸을 돌려 유유히 헤엄쳐서 멀어져 갔고 두루미는 낮게 물을 따라 날았다.

아이들은 한 시간 정도 조사를 하고는 둘이서 점심을 먹는다고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집으로 혼자 돌아왔다. 덕분에 적당하게 산책을 한 셈이다.

아침에는 몰랐는데 방금 전의 방송을 보고나니 새삼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아이들에게 환경의 가치를 알려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곳으로 캠핑을 가거나, 집에 식물을 키우거나, 원주천 주변을 함께 자주 걷는 것이다.

1712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난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연을 만들어라"

언뜻 모순처럼 들리지만 인간은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이제는 자연을 만들 차례다. 건축물을 만들 때 건물만 짓지 말고 자연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고, 나무와 꽃과 풀을 심는 것이다. 빌딩을 지을 때 지금은 가장 비싼 1층에 최대한 점포를 많이 넣으려고 하지만 1층은 식물원처럼 꾸며야 한다. 앞으로 그런 건물이 더욱 인기가 많아질 것이다. 더 큰 규모로 말하자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단지를 설계하거나 신도시를 건설할 때 자연을 그 안에 들이는 것이다. 다만 땅값이 비싼 지역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고 가격이 너무 올라간다는 점이 문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지만 집을 옮기는 것은 돈이 많이 들고, 직장이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편의시설 때문에 쉽지 않다. 여행을 가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뿐인데다가 주말에는 도로가 너무 막힌다. 한마디로 말해 "자연으로 돌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자연을 만들라"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한번 눈을 돌려 자기 주변을 돌아다보자. 눈에 삭막한 것들만 들어온다면 내일 당장 화원에 가서 작은 식물이 담긴 화분 몇 개를 들여다 놓는 것은 어떨까? 집 여기저기에 화분을 키우는 것이다. 겨울에는 가습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내 집에도 화분이 별로 없다. 이 글을 쓰면서 반성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많이 키웠었는데 제주도에서 20일씩 캠핑한다고, 추운 겨울에, 물을 잘못 줘서, 대부분 죽이고 나서는 손을 떼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원주천이 몇 걸음 거리에 있고, 2층이라 아파트에서 공들여 꾸며놓은 전망공원이 내 정원이라는 점이다.

내일부터 식물에 대한 공부를 해볼 작정이다. 집 안에 작은 화분들을 두고 공부하며 이번 겨울 정성스레 키울 것이다.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절망하지 말자. 가까운 곳에 자연을 만들자.


관련 글 >> 화분이 준 선물 [3]
박형종   2014-11-29 (토) 23:56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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