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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라이어』 혼자서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 이틀 동안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읽었다. 열흘 전에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다"는 신문 기사에서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지난 금요일 북스타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바로 구입하였다. 마침 나 혼자 집에 있을 때 휴가 기분을 만끽하며 베란다 캠핑의자에서 읽었다. 한가하게 책을 읽는 것보다 좋은 휴가는 없는 것 같다.

중간쯤에 다음 구절이 있다.

"혼자서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의 성공은 특정한 장소와 환경의 산물이다."

이 책은 크게 성공한 사람(아웃라이어)들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만, 개인이 어떻게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했는가 보다는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성공은 타고난 재능이나 노력보다는, 그 사람이 적절한 타이밍에 1만 시간 정도를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는가, 그가 속한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다. 물론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고, 성실해야 하겠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아웃라이어와 같은 큰 성공을 이룰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느 수준 이상의 지능을 갖고 있다면 그 이상의 지능은 성공에 의미를 갖지 못하며, 그보다는 다른 능력 즉 사회성이나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 등이 중요해지는데 이것은 타고난다기보다는 가정교육, 사회 문화적 환경에 의해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능력이다. 따라서 그가 속한 환경, 부모와 그의 조상들의 유산이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책을 읽으면서 맹모삼천이란 말이 떠올랐다. 맹자의 어머니가 집을 시장 근처에서 서당 근처로 옮긴 것이 맹자가 훗날 대학자로 성공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말콤 글래드웰이었다면 맹자가 서당의 글 읽는 흉내를 내다가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했다는 설명에 만족하지 않고 맹자가 태어난 해가 맹자가 성공하기에 운이 좋은 때였고, 맹자가 살았던 시대적 환경이 안성맞춤이었으며, 그의 어머니가 그런 이사를 결정하게 된 배경이나 유산에 대해 분석을 했을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다분히 통계론적이다. 통계론적 주장의 약점은 좋은 환경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성공의 기회를 잡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누가 그런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인지도 미리 예측할 수 없다. 즉 서당 근처에 살았던 모든 사람이 맹자처럼 성공한 것도 아니고, 서당 근처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누가 성공할 지도 미리 알 수 없다.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통계론적 주장이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학자로서 성공하기에는 시장 근처보다 서당 근처에 사는 것이 확률적으로 더 낫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보다 문제는 성공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 아웃라이어』는 이 질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가? 내 관심사는 바로 그것이다.

첫째, 성공을 위해서는 좋은 때에 태어나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이미 태어났다. 그리고 내가 태어난 해가 내 분야에서 성공하기에 좋은 때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둘째,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가 태어난 지역이 어디이고, 조상이 누구이고, 내 부모가 내게 어떤 교육을 했고, 환경이 어떤 기회를 제공했는가가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내가 어떤 지역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내 부모와 조상이 누구이고, 환경이 어떤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내가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내 환경이 내가 성공을 거두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결국 이 책은 나보다는 내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내가 아이의 성공을 위해 그런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사회성과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가정교육을 하고, 시대가 요청하는 가치 있는 분야에서 1만 시간의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물론 그렇더라도 시대가 요청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새로운 패러다임을 읽는 어려운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어야 한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좋은 환경에 대한 정의도 바뀔 것이고, 어디에 1만 시간을 쏟는 것이 좋을지도 달라질 것이다. 아쉽게도 『아웃라이어』는 그 점을 다루고 있지 않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내가 직접 다뤄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또 한 가지 불만은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성공을 위한 개인의 노력에 대해서는 그냥 지나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때를 잘못 태어나고, 부모나 조상을 잘못 만난 사람은(사실 이것이 그렇다는 것을 미리 아는 방법도 없다!) 시대를 탓하고 부모나 조상을 원망하며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가?

나는 그 보다는 환경을 개선시키면서 동시에 각 개인이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노력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노력하다보면 통계적 분포의 꼬리에 해당하는 큰 성공도 거둘 수 있는 것이고 못되어도 평균 이상의 성공은 거둘 수 있다. 나는 이것에 대해 책을 써볼 작정이다.

밤이 깊었다. 식빵에 치즈를 발라 먹으면서 허기를 달랬더니 이젠 졸립다. 오늘은 여기까지..
박형종   2014-07-31 (목) 02:02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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