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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중부지방의 장마가 이제 곧 끝나려나보다. 여름방학 한 지도 며칠 지났다. 지난 4년 동안은 방학하자마자 제주도로 가서 20일가량 캠핑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원주에서 지내기로 했다. 훨씬 여유롭긴 하다.
시훈이는 방학하는 날 간부수련회로 오대산으로 갔다 왔고, 어제부터 3일간 학교에서 열리는 영어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7월말에는 3박4일로 강릉대에서 열리는 영재원 집중학습을 하고, 8월 중순에는 방송부에서 원주KBS 견학을 간다고 한다. 영어학원은 개학 이후로 미뤘다.
시원이는 방과후로 바이올린과 종이접기, 클레이를 하고, 다음주 29일부터 8월 14일까지 12일 동안 인터불고호텔에서 초등학생 수영강좌를 수강하기로 했다. 지난번에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에서 수영을 하고는 재미를 느낀 모양이다. 방학 때 피아노학원은 다니지 않는 대신에 집에서 피아노를 한 시간씩 연습하기로 했다.
이래저래 제주도를 갈 시간도 없다. 아내는 그 사이 제주도가 많이 달라졌다며 올해도 1주일 정도 제주도를 다녀오고 싶었던 것 같다. 나도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다. 어쩌면 방학 끝날 무렵쯤에 캠핑을 떠날지도 모르겠다.
나는 방학하자마자 바다소의 글쓰기 기능들과 레이아웃을 다듬었다.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에 갔던 사진을 정리해서 올리고, 그 사진들을 활용해서 세 개의 글을 썼다. 예전에도 갤러리의 사진들을 활용해서 블로그 식으로 글을 써 보았었는데, 그때보다 더욱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최근에 프로그램을 만들었었다.
오늘 업체에 용역을 맡겨 베란다 유리와 안쪽 창을 닦았다. 젊은 사람 세 명이 와서 자석식 유리창청소 도구를 사용하여 닦는데 매우 친절하고 요금이 무척 저렴했다. 베란다 유리는 평당 2천원이었다. 입주한 지 5년 반쯤 되는데, 처음에 베란다 유리를 끼었을 때보다 더 깨끗한 것 같다. 유리 네 겹을 통해 밖을 보아도 유리가 없는 듯 매우 선명하다. 서비스로 샤워부스까지 닦아주었다. 나는 아내가 타 놓은 아이스홍초와 때마침 냉장고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대접했는데, 홍보도 많이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함도 여러 장 받아놓았다.
청소하다보니 베란다 귀퉁이에 벌집이 두 개나 지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내가 압축분무기 물총을 쏘아 떼어냈는데, 청소가 끝나고 나서도 벌들이 계속 그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나는 가스토치를 이용해서 벌들을 여섯 마리 잡았다. 시훈이는 내가 가스토치를 쏘려고 방충망을 열 때 들어온 벌에게 물총을 쏘아서 기절을 시키고 나는 집게로 집어서 토치로 화형을 시켰다. 호흡이 척척 잘 맞았다.
오늘은 중복이라 하여 저녁은 베리치킨에 가서 치킨을 먹었다. 폭우가 쏟아졌다 멈췄다 하는 후덥지근한 날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기분 좋게 치킨을 먹었다. 배달되어 온 경우보다 더 뜨겁고 바삭했다. 시훈이는 이번에는 스마트폰을 집에 놓고 와서 오븐에서 닭이 구워지는 동안 빈손이었다. 덕분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시훈이는 기타 학원을 가고 나는 아내와 시원이랑 토스피아에 가서 팥빙수를 먹었다. 토스피아에 온 지는 개업했을 때 이후로 일 년이 넘은 것 같다. 이런 자그마한 동네 가게들이 잘 버텨주고 있다는 것이 고맙다. 4천원의 행복이랄까. 아이스크림, 커다란 모찌떡 조각이 네 개나 들어 있어 맛도 좋았다. 팥을 더 줄 수 있냐고 했더니 별도의 접시에 가득 담아주셨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마실 가격으로 셋이서 푸짐하게 디저트를 먹은 셈이다. 비록 동네 가게들이지만 평일에 가족끼리 산책을 나가서 저녁을 먹고 디저트를 먹으니 마치 휴양지에 온 느낌이 들었다.
이번 방학도 별로 해놓은 것도 없이 끝나게 될 것 같다. 시훈이와 시원이는 원형 일과표를 만들기는 했지만, 그대로 지켜지는 일이 드물다는 것을 안다. 나도 일일계획을 세우고, 체크리스트를 인쇄하는 프로그램까지 만들기는 했지만 아직 계획대로 실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학기 중의 피로가 아직 덜 풀린 것인지, 생활리듬이 변해서 그런지 집중력을 발휘해서 작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슬슬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형종
2013-07-23 (화)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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