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4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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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 방 정리
학생들이 모교 중학교를 방문하는 날이라 학교가 하루 쉬었다. 어재 서재를 정리한 기운을 이어서 오늘은 초등학교 3학년 시원이 방을 정리해주기로 했다. 자기 방은 자기가 정리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방 정리라는 것이 어느 정도 지적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성숙하기 전까지는 부모가 도와줄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정리를 하라고 매일같이 아이에게 짜증을 내서 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기쁜 마음으로 방 정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깨알같이 쏟아져 나오는 소품들 때문에 작은 책장의 여섯 칸을 정리하는데 무려 네 시간이나 걸렸다. 작은 물백묵보드를 서재로 옮기고, 보드를 닦고, 책장에 쌓인 먼지를 물티슈로 닦아내고, 책들을 거실 책장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책장 칸칸에는 크레파스, 색연필과 사인펜, 물감, 팔레트와 붓, 색종이, 클레이를 놓았다. 즉 뭔가를 만들 때 필요한 도구들을 놓는 곳으로 특징을 지었다. 이렇게 하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때에 비해 필요할 때 찾기가 편할 것이다.
정리하다가 배도 고프고 힘들어서 서재에 와서 과자와 크르와상을 먹고 음악을 들으며 휴식했다. 네 시간 걸려 정리한 부분은 고작 딸 아이 방과 베란다의 십 분의 일도 안 된다. 책상도 조금 만지고, 바닥도 정리하니 전체적으로 훨씬 깔끔하다.
점심은 스시요시라는 일식 뷔페에서 먹었다. 평일 점심 가격은 12,900원이었다. 롤과 초밥만 있을 줄 알았는데 피자, 볶음우동, 알밥, 돈가스 등등 종류도 많았고, 맛도 무난했다. 나는 잠깐 휴식할 때 먹었던 과자와 빵 때문에 많이 먹지는 못했다. 다음번에는 초밥 위주로 먹어볼 생각이다. GS슈퍼에서 유유를 사고, 코코호두에서 호두과자를 사서 집으로 왔다.
시원이 방을 정리한 후유증에다가 점심도 배불리 먹어서 졸음이 쏟아졌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내는 처제가 속초에서 사온 닭강정으로 저녁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영재문구로 산책을 갔다. 나는 서재 책장에 책표지를 보이도록 전시한 책의 날개를 묶어줄 고무밴드를 샀고, 시원이는 비누클레이, 아내는 머리핀을 샀다. 시훈이는 자전거 자물쇠를 사려다가 값만 물어보고 사지는 않았다.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영재문구가 있고, 20분 거리에 현재 짓고 있는 도서관이 있고, 25분 거리에 롯데시네마 번화가가 있다.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30분 이내에 웬만한 것이 다 있다. 날씨도 좋고 하니 앞으로는 걷거나 자전거를 많이 타야겠다.
방금 전 바다소 프로그램을 간단히 손질했다. 이제 사진을 정리하고, 책을 읽다가 잘 생각이다.
연휴에 멀리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깨끗한 서재와 딸 아이 방을 보니 뿌듯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연휴를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적절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배분해서 구경도 잘 하고 집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박형종
2013-05-20 (월)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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