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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로스트밸리

어제 가려던 에버랜드를 비가 와서 오늘 갔다. 내일 연간회원 기간이 끝난다. 마침 튤립 출제 기간인데다 로스트밸리가 새로 오픈했다. 수륙양용차를 타고 강을 따라 사파리 여행을 한다는 발상이 기막히다. 누군지 그런 생각을 한 사람에게 별 다섯 개를 주고 싶다.

날씨가 모처럼 화창했다. 아침 여섯 시 반에 일어나서 번개같이 에버랜드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기까지 한 시간 정도 입구에서 줄을 섰다. 문이 열리자마자 로스트밸리로 온 가족이 뛰었다. 우리만이 아니라 그 시각에 입구에 길게 줄 지어 있던 모든 사람들이 뛰었다. 시훈이는 전속력으로 뛰어 두 번째로 로스트밸리에 도착했고, 나는 그런 가족들의 모습을 동영상에 담느라 조금 늦게 도착했다. 시원이는 세 번째로, 아내가 꼴찌로 숨을 몰아쉬며 도착했다. 발 빠른 시훈이 덕분에 거의 맨 앞에 서게 되었다. 특이한 동물들을 구경하며 안쪽으로 전진했지만, 계속 줄이 이어졌다. 줄밖의 줄이요, 줄 속의 줄이었다.

역시 수륙양용차는 외관부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외국의 어느 미니버스 같이 생겼는데, 옆에 타이어를 몇 개 붙인 우스꽝스런 모습이었다. 이게 물 위에 뜰까 싶은데 뒤에 붙어 있는 선풍기 날개만한 작은 프로펠러가 차를 물 위에서 앞으로 미는 모양이다. 창문을 열고 움직이니 더욱 상쾌했다. 그 빈 창문으로 사파리 동물들의 냄새가 여과 없이 코를 파고들었다. 이런 게 진짜 사파리 체험이 아닐는지. 코끼리, 기린, 코뿔소, 얼룩말, 치타, 홍학 등등이 이곳저곳에 무리지어 서로 평화롭게 지냈다. 사파리 가이드가 내민 채소를 기린은 긴 목을 차에 가까이 대고 긴 혀를 차 안으로 들이밀어 받아먹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기린을 구경한 것은 처음이다.

나오자마자 설문조사다. 오픈 둘째 날이라 탑승객의 반응에 민감한 모양이다. 양면 빼곡히 설문을 작성하면 설문 작성할 때 사용한 로스트밸리 기념 볼펜은 그냥 가져가도 된다. 기념품은 오픈 특가로 10%할인이 되었지만 패스. 한 번 더 타고 싶었지만 지금 줄을 서면 2시간 반이 걸린다는 팻말이 막아선다. 역시 새벽같이 출발해서 전속력으로 달리기를 한 보람을 한껏 느꼈다. 한편으로는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위로하며, 우리는 바로 옆의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30분 기다려서 탔다.

미스테리펜션, 지구마을, 오즈의 마법사, 레고랜드를 들렀고, 범퍼카와 곤돌라를 탔고, 튤립을 구경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아내의 배낭 안에 들어 있던 온갖 먹을거리였다. 마치 작은 슈퍼마켓이나 마트 같았다. 아내가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준비한 덕분에 우리는 하루 종일 물 이외에도 삼각 김밥, 토마토주스, 미니 사각초콜릿, 홍차, 드립커피, 와플, 크래커, 영양갱, 오렌지, 오징어포, 피스타치오, 솜사탕, 카레밥, 우동, 팬케익, 감귤주스, 돈가스, 새우버거, 감자튀김, 콜라, 팝콘, 쥐포, 마늘빵, 소시지, 바나나, 아메리카노, 핫초코, 슈니팡, 알초콜릿, 젤리, 닭갈비, 우동사리, 알밥 등 총 33가지의 음식을 먹었다. 줄 서서 하는 구경은 몇 개만 하고, 음식을 먹느라 쉬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훨씬 가뿐한 나들이였다.

벚꽃, 진달래, 개나리, 튤립이 풍요롭게 핀 언덕. 그 꽃들만큼이나 화사하고 가벼운 차림의 젊은 연인들. 그리고 우리 가족. 사실 4월의 에버랜드는 로스트밸리가 아니어도 마냥 즐겁고, 사랑스럽다.
박형종   2013-04-21 (일) 23:18   [1]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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