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목표 어제 학교에서 연구수업을 했다. 은근히 지난 두 달 동안 그것에 대해 신경을 썼던 모양이다. 오늘은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약간 감기 기운이 있었다. 날씨까지 바람 불고 눈이 오며 쌀쌀했다. 아무튼 몸 상태는 별로지만 마음은 날아갈 것처럼 홀가분하다.
저녁을 먹고도 기운이 없었다. 자기랑 놀아달라는 시원이에게는 미안했지만, 오늘은 그냥 서재에서 빈둥거리고 싶었다. 다행히 시원이는 종이접기를 하다가 컴퓨터로 영어 공부를 하며 할 거리를 찾았다.
서재 좌탁 앞에 앉았다가는 코쿤에 눕기도 하며 잡생각을 했다. 좌탁과 코쿤이 있어 방바닥에 이리저리 눕기도 편하다. 그렇지만 피곤해서인지 생각을 길게 하려해도 짧게 끊어졌다.
내 목표통장에 들어 있는 목표들을 생각해보았다. 대체 그것들을 언제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몇 년 또는 몇 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막막했다.
코쿤에 누워 다리를 길게 뻗었다. 생각은 방향이 없었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무의식의 바다에서 생각은 공기방울처럼 떠올랐다가는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졌다. 서재에서 그러기를 세 시간. 중간 목표가 필요하단 생각이 살며시 떠올랐다. 에베레스트에 올라가겠다는 목표는 단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중간에 놓인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다보면 언젠가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 생각을 붙잡았다.
피곤해서 쉬고만 싶었던 머리가 빨라졌다. 중간 목표를 목표통장에 연결하는 몇 가지 방법을 검토했다. 쓸 만한 방법을 찾는 데는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졸다가 먹이를 발견한 사자처럼 번개와 같은 손놀림으로 컴퓨터 스위치를 켰다.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고 나면 바로 옆의 데스크탑 컴퓨터로 옮겨 앉아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아마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