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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트리거와 물백묵보드

목표통장에 행동 트리거란 칼럼을 넣었다. 아침에 "어떻게 인생 목표를 이룰까?"란 책을 보다가 '실행 의도'를 설정하면 목표 달성률이 세 배나 향상된다는 것에 대해 읽었다. 나는 그 말을 좀 더 분명하게 하기 위해 '행동 트리거'라는 말로 부르기로 했다. 그것의 의미는 "목표를 위한 행동을 유발하는 가상 상황과 그 때 하게 될 행동"이다. 나는 내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김에 어떤 목표들에 대해서는 행동 트리거를 달았다.

거실로 가는 통로에 세워둔 물백묵보드는 지난겨울에 신문 스크랩한 것을 붙여 두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사실 별로 이용을 하지 않았다. 그곳은 집에서 별로 흥미롭지 않은 공간이 되었다.

지난 목요일 새로 보드마카를 주문했는데, 어제 토요일에 배송이 되었다. 오늘 낮에 물백묵보드에 붙어 있던 철지난 스크랩들을 떼어내고, 심심해하는 시원이에게 칸을 네 개로 나누고, 자기 영역에 목표를 적어보라고 했더니 신나게 쓰고 나비와 꽃 그림도 그렸다. 밤에 자기 직전에도 보드 앞에 앉아 열심히 쓰더니 엄마의 공간에도 친절하게 예시를 적어주었다. 시훈이는 "학생회장 하기"라고 한 줄 썼다.

나도 간단히 썼다. 평일 저녁 7시 반에 30분간 시원이랑 놀아주고, 8시에 티타임을 갖는다. 주말에는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도서관 또는 서점을 간다. 표로 3월, 4월, 5월을 만들어서 3월에는 비가 오는 주말에 베란다 유리창 청소를 하기로 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었는데, 차츰 다듬을 생각이다.

낮에 아이들과 산책을 가려고 했는데, 바람이 찬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시훈이는 친구 만나러 앞의 아파트에 갔고, 나는 대신 베란다에 낚시 의자를 놓고 각도를 눕혀서 앉아 온실처럼 따뜻한 햇볕을 즐겼다. 그러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침대에서 자는 것보다는 불편했다. 안방에 들어가 긴 낮잠을 잤다.

일어나보니 어느덧 저녁 6시다. 시원이는 진작부터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나 혼자서 산책을 나갔다. 해가 질 무렵이라 쌀쌀했다. 바로 집 앞의 작은 개울가를 걸었다. 그곳에는 집이 한 채 있는데, 지금은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다. 이곳에 멋진 건축물을 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을 마무리하며 들어오는 길에 인천 어머님에게 전화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전화한다. 여전히 건강하신 목소리가 반가웠다.

저녁은 런링맨을 보며 거실 좌탁에 앉아 양념 닭과 밥을 먹었다. 한동안을 넋을 놓고 텔레비전을 보았다.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하지만 인생을 항상 전투적으로만 살 수는 없다. 긴장을 풀고 즐겁게 웃다보면 행복감을 느끼고, 다른 일에서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박형종   2013-03-11 (월) 01:05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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