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28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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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통장 2013-03-09 박형종
감사통장 2013-03-09 박형종
3.1절 2013-03-07 박시훈
꿈통장 2013-03-03 박형종
서점까지 산책하기 2013-03-02 박형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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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까지 산책하기

3월 2일 오후 2시. 모처럼 토요일 오후의 햇볕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원주의 새로운 번화가인 롯데시네마까지 걸어갔다 왔다. 시원이는 다리가 힘들다며 가지 않겠다고 하더니 어쩐 일인지 쉽게 따라 나섰고 불평 없이 잘 걸었다.

혼자 걸으면 20분정도 걸리는데, 아이들 걸음걸이에 맞추니 35분쯤 걸렸다. 시훈이는 중고로 산 아이폰을 애플스토어에서 수리를 받아보려 했지만 마침 문이 닫혀 있었다. 북새통으로 가서 함께 책을 읽었다. 시훈이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시원이는 만화책, 나는 전원주택 잡지를 넘겨보았다.

재밌는 토요일의 텔레비전을 보고 싶은 아이들이 3시 반부터 집에 가자고 했다. 서점을 나오며 시원이는 피아노 반주곡 집을 사달라고 했고, 나는 읽던 슈퍼리치의 습관을 샀다. 토요일 오후에 덕분에 읽을 책이 생겼다.

긴 겨울 움츠렸던 몸을 오랜만에 움직였더니 상쾌하다. 그렇지만 치악산에서 눈이 녹으며 부는 서늘한 바람에 손이 시리다. 갈 때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갔지만 올 때는 북새통에서 산 책을 들고 오느라 손을 밖으로 내 놓아야 했다. 한 손으로는 시원이 손을 꼭 쥐고 걸어 왔다. 오리들이 떼를 지어 원주천의 작은 폭포에서 샤워를 즐기거나 머리를 물에 집어넣고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었다. 유리창이 깨진 채로 사람이 살지 않고 방치된 집도 몇 채 보였다. 어떤 사연인지 궁금했다. 철물점에 들러 사장님에게 밖에 놓인 사다리가 얼마인지 물어도 보았다. 3만4천 원이었다. 좀 더 따뜻해지면 그 사다리에 올라가서 유리창을 닦는 것은 어떨까 생각중이다. 집 앞 포장마차에서 붕어빵을 여섯 개 샀다. 바삭하니 맛이 좋은 집인데, 오늘은 만들어 놓은 지 조금 되었는지 미적지근했다. 걸어 다니면 이렇게 다양한 소소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내가 비로소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한 달에 한 두 권쯤 서점에서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다. 나를 돌아보는 계기도 되고, 아이들이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기에도 좋다. 시간이 한가해지면 바다소에 그런 책들을 소개해볼 생각이다. 꿈을 이루는 곳이란 타이틀에 잘 어울릴 것이다.

앞으로 날씨가 좋은 토요일에는 아이들과 서점을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 적당한 거리이고, 운동도 되고, 원주천을 따라 움직이다보면 머리도 맑아진다. 거기다 책을 마음껏 공짜로 읽을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책은 사서 가져 올 수도 있다. 서점까지 산책하는 것은 무조건 남는 일이다. 2년 후에는 그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 매우 큰 도서관도 생길 예정이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시훈이는 중학생이 되었는데, 입학 선물 안 사주냐고 했다. 어떤 종류의 전자 제품을 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자기가 7만 원을 주고 산 아이팟이 액정을 5만 원 주고 고쳤음에도 여전히 말썽을 부리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까페에서 어플 다운받고 활동하느라 시간과 정신을 허비한 것을 생각할 때 한동안 전자 제품은 멀리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책 한 권을 사주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들고 장난을 치거나 가로등을 붙잡고 5초 이상 매달려 있거나 하면서 즐겁게 걸었다. 낮잠을 잘까도 생각했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들을 재촉해서 산책을 나선 것은 잘한 것 같다.

어제, 3월 1일 입학식을 마치고 원주로 돌아오는 길에 강릉 방향으로 꼬리를 물며 늘어선 수많은 자동차들을 보았다. 벌써부터 길이 막혀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꽤 고생스러울 텐데도 따뜻한 날씨와 3일의 연휴가 몸을 들썩이게 했을 것이다. 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유혹이 강하게 들었었다. 그러다가 내 집 근처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여느 휴양지에 간 것과 다름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차가워진 몸을 끌고 집에 들어오니 집이 멋진 휴양지 펜션이다. 아이들에게는 편안한 소파와 텔레비전이 있고, 나에게는 컴퓨터와 읽을 책이 있다. 드립커피를 두 잔 뽑아서 한 잔은 아내에게 주고, 나는 서재로 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쓴다. 글을 다 쓰면 책을 읽을 것이다. 커피만큼이나 고소한 행복감이 스며들며 소곤거린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손이 닿는 곳에 있다.
박형종   2013-03-02 (토) 18:07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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