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출금 나는 5년 전부터 바다소에 입출금을 기록하고 있다. 웹으로 가계부를 쓰는 셈이다. 입금은 잘 기록하지 않는 편이지만 출금은 꼼꼼히 기록한다. 특히 카드로 긁은 지출은 반드시 기록해서 한 달 뒤에 결제금 폭탄을 맞는 일을 예방하고 있다.
씀씀이를 관리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간단하게 그날 있었던 일을 함께 남기면 추억도 보존하는 셈이다.
바다소에는 개인적인 용도로 만들어서 쓰는 프로그램이 몇 개 있다. 입출금 프로그램도 그 중 하나였다. 혼자 이용할 때는 디자인이라든가 기능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 여럿이 쓸 때는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간다. 이왕에 바다소에 꿈을 이루는 곳이란 이름을 붙였으니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프로그램은 함께 쓸 수 있도록 다듬을 생각이다.
시훈이가 지난 2월 벌어들인 용돈이 2만8천 원으로 계산되었다. 기본 용돈 3천 원에다가 작은글쓰기에 올린 글 한 편당 천 원의 원고료, 일일계획 하루 당 5백 원의 보너스를 더한 것이다. 그냥 한 달에 만원 씩 줄 때에 비해 거의 세 배를 받게 된 셈이다. 돈은 더 들지만 그렇게라도 글 쓰는 습관과 하루를 계획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남는 장사다. 입출금을 쓰는 습관에 대해서도 보너스를 거는 것은 어떨까?
바다소가 점점 더 빅데이터가 되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디지털로 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원이랑 숨바꼭질 할 때, 서재의 코쿤 뒤에서 시원이가 찾으러 올 때까지 숨을 죽이며 들이마셨던 어둠의 공기, 인생게임을 할 때 은행원 역할을 한 시원이가 나에게 던진 가짜 돈이 허공을 공허하게 떠돌던 궤적, 오빠 입술만 빨갛게 그리고 오빠랑 닮았다며 깔깔대던 웃음소리, 식탁 주위를 뛰어다니고 침대 위에서 베개를 던지며 눈감은 코를 잡아 빼던 보드라운 손의 감촉.. 그 모든 것은 아날로그다. 그것은 데이터로 남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귀하고, 그립다.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근삿값이다. 인생이란 아날로그에 대해 그것을 영원히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이 만든 것이 디지털 데이터들이다. 그것으로라도 찰나에 지나간 삶에 대한 위안을 삼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시원이는 내일 아침 일어나서 자기랑 놀자고 하면서 잠자러 들어갔다. 숨바꼭질과 술래잡기는 시원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다. 상대는 엄마도 있고, 오빠도 있지만 유독 아빠하고만 하려고 한다. 장단을 잘 맞춰주기 때문이다.
나는 엄청난 데이터를 컴퓨터에 쌓아 놓고 있지만, 결국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그 데이터 속에 들어갈 수 없는 아날로그다. 그것은 손에 움켜진 물 한 줌이 빠져나가는 것만큼이나 짧은 시간에 사라진다. 그렇더라도 그것을 꽉 움켜줘 보고 싶다. 내일은 컴퓨터를 끄고 오랜만에 아이들이랑 실컷 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