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28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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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티타임

시훈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아기자기한 졸업식이었다. 다행히 시훈이가 졸업장을 받으러 앞으로 나갈 즈음에 행사장에 도착하여 동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수십 년 전 내 졸업식에서 했던 것처럼 중국음식점으로 가서 짜장면을 먹었다. 손님이 많아서 30분 정도 음식을 기다려야 했다.

온 가족이 감기 몸살이다. 설에 시훈이가 먼저 감기에 걸리고, 아내, 나, 시원이 차례로 걸렸다. 나는 은행을 들러 집으로 와서는 바로 낮잠을 잤다. 이번 감기는 독한 녀석이다. 잘 먹고 양말 신고 따뜻하게 푹 자면 낫는 나의 감기 퇴치 방법도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어제 양호실에 들러 감기약을 먹었다. 그 때는 반짝 좋아졌는데, 하루 지나니 다시 시원찮아졌다. 오늘 낮잠을 자고 나서는 많이 나아졌다. 계속해서 푹 자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시훈이는 이제 초등학생도 아니고 아직 중학생도 아닌 신분이다. 과도기인 셈이다. 대화가 많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티타임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저녁을 먹은 후에 나는 서재로 가서 컴퓨터를 하거나 신문을 보고, 아내는 안방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시원이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시훈이는 자기 방에서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책을 읽거나 했다. 간혹 아내와 카푸치노를 마시며 둘이서 커피타임을 가진 적은 있었지만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그런 시간을 가질 때가 된 것이다.

서재에서 시훈이가 졸업식과 학예회 때 자기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감상하다가 식탁으로 가서 졸업앨범을 보며 녹차를 마셨다. 원래 30분 정도 티타임을 하려 했는데 졸업앨범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 시간이 넘도록 앨범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장래 희망과 인생의 모토를 써 놓은 것이 재미있었다. 시훈이는 장래 희망은 선생님, 모토는 "오래 살자"로 썼다. 가장 짧고 강렬했던 모토는 어느 여학생이 쓴 "웃자"였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한참을 웃었다.

앞으로 바쁘더라도 가족 티타임을 계속 가질 생각이다. 삶에서 대부분의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런 가족 티타임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사춘기와 학창 시절의 어려움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부모의 경험과 지혜를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고, 아이들의 고민을 자연스레 들어볼 기회가 될 것이다.

내일은 민사고 졸업식이다. 내가 일학년 때 대표담임을 맡았던 15기 학생들이 졸업한다. 이 학생들이 1학년일 때 교실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아주며 커피타임을 갖고는 했었다. 며칠 전에는 교무실로 가져갔던 에스프레소 기계를 다시 교실로 가져올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학생들과 새로운 커피타임을 가져보고 싶다.
박형종   2013-02-15 (금) 22:56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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