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28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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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내가 어렸을 적 어머님이 생선장사 나가시면서 하루에 50원씩 용돈을 주셨다. 그 돈을 집 마당에 묻어 놓고 일주일 정도 돈이 모이면 맛있는 빵을 사먹었다. 초등학교 때는 돼지저금통에 모았는데, 저금통이 꽉 차면 그 당시 3만 원 정도는 되었다. 그것으로 책 한권 사고 나머지는 누나에게 주곤 하였다. 중고등학교 때는 시험을 잘 보았으면 엄마가 돈을 쌓아 놓고 장부 정리하는 틈에 성적표를 내밀며 보너스를 달라고 응석을 부리기도 했는데, 아무 말 없이 몇 만원을 주셨다. 그런 재미에 시험을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몇 달 전부터 시훈이에게 용돈을 준다. 식탁에 젓가락을 놓는 작은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아내가 시훈이에게 만 원을 주는데, 어느 날부턴가 용돈이 적다고 하소연을 하길래 시훈이 생일날짜에 내가 별도로 만 원씩 주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올 해 들어서면서 용돈을 그냥 줄 것이 아니라 뭔가 유익한 일에 대한 표창으로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떠오른 것은 일일계획을 잘 실행할 때 주는 것이었다. 목표를 세우고 하루하루 계획을 세워 실행한다는 것은 칭찬을 받아 마땅할 좋은 습관일 것이다.

어제는 두 분 선생님 가족을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을 먹었고, 오늘은 다른 두 분 선생님 가족과 홈플러스에서 저녁을 먹었다. 모처럼 얼굴을 보니 반가웠다. 6시 반에 만나 10시에 식당이 문 닫을 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풍성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국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

시훈이가 중학교에 올라가기 때문에 나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무엇에 중점을 둬야할지, 대학에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배우고, 직장은 어떻게 잡아야할지 등등. 우리 나이 부모들이라면 이런 주제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정답이 없고, 뾰족한 대책도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에 따라 다르고, 각 집마다 처한 상황도 다르며, 사회 상황도 시시각각으로 바뀐다.

나는 뚜렷한 그림 없이 홈플러스를 나섰다. 언제나처럼 해결책은 안개 속에 감춰져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내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 나왔다.

"시훈아! 앞으로는 용돈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원고료로 준다."

시훈이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기본 용돈은 3천 원이고, 바다소에 글을 하나 쓸 때마다 천 원씩 원고료를 줄게."

물론 하루에 글을 여러 개 쓰더라도 한 편만 인정된다. 아빠로부터 한 달에 최대 3만 4천원을 용돈으로 받을 수 있으며, 엄마로부터 받는 용돈을 합치면 지금 받는 것보다 두 배 이상 용돈이 늘어나는 셈이다. 계산이 빠른 시훈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계약이 성립한다는 뜻이다.

"언제부터 쓸까요?" "오늘부터 써도 돼, 2월에 합쳐서 주면 되니까."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 시훈이는 바로 글을 하나 썼다. 나는 글을 쓰면서 이번 기회에 일일계획에 대해서도 인센티브를 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일계획을 쓰면 하루에 5백 원을 보너스로 줄게."

한 달 평균 성공률이 50% 이상일 때, 일일계획 하루 당 5백 원을 더 주기로 한 것이다. 시훈이는 계산기를 두드려서 하루에 1,500원에다 한 달에 기본 용돈 3천원, 엄마에게서 받는 용돈을 합쳐서 일 년에 70만 원이라는 용돈 총액을 구하였다.

"아빠!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녜요?"

아무튼 시훈이에게는 무조건 남는 장사가 아닌가. 시훈이는 일일계획의 목표를 조금 현실적으로 수정하였고, 내일부터 실행하기로 하였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 동안 십 여 차례 시훈이에게 한 두 시간씩 좋은 이야기도 해주었지만 결국은 좋은 습관을 본인 스스로 갖추는 방법 밖에는 없다. 바위를 언덕 위로 올리기까지가 어렵지, 바위가 언덕을 내려오는 것은 저절로 그렇게 될 것이다.

다행인 것은 내가 지난 십여 년간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투자하여 바다소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안개 너머에 무엇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다소라는 도구가 발밑의 돌 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일 없이 나아갈 길을 밝혀줄 수는 있을 것이다.
박형종   2013-01-30 (수) 23:53   [1]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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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원   재미있네요.
2014-11-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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