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시원이가 흐느끼고 있다. 악몽을 꾸는 모양이다. 밤에 안방에서 엄마와 티격태격하면서 울더니만 그 여파가 꿈에도 나타난 것 같다. 나는 시원이의 머리카락을 만져주고, 어깨를 감싸주었다. 시원이는 흐느낌을 멈추고 살포시 두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그 자그마한 손가락을 쓰다듬었다. 보드랍다.
겨울이 되면서 시원이가 안방 큰 침대에서 나랑 함께 자고 아내는 그 옆의 일인용 침대에서 잔다. 가스 난방비를 아끼려는 아내의 아이디어였다. 시원이는 열이 많아서 이불을 걷어차기 때문에 따로 이불을 쓰지만, 나는 열이 많은 시원이 덕분에 밤늦게 침대에 누울 때 따스함을 느낀다.
시원이는 요즘 나랑 놀자고 할 때가 부쩍 늘었다. 술래잡기, 숨바꼭질 놀이를 특히 좋아한다. 봄, 여름, 가을 밖에서 엄청 놀았었는데 겨울이 되면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활동량이 부족해져서 그런가보다.
좀 더 많이 함께 뛰며 놀아주는 아빠이고, 좀 더 다정다감한 엄마였으면 좋을 텐데. 머리를 쓰다듬고, 내 손을 꼭 쥔 가느다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나마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이라 놀아줄 시간은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다.
이번 겨울에 에버랜드 눈썰매도 좋아하고, 캐리비안베이에서 물놀이도 하고, 작년에 재밌었던 스키장에서 스키도 타고 싶어 한다. 다행히 에버랜드 연간 회원권이 있고, 캐리비안베이는 공짜표가 있어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 같다.
서재로 오면서 시훈이를 봤더니 반대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자고 있다. 전날 잠이 오지 않는다며 밤늦은 시간을 즐기고 싶어 했는데, 잠들기 위해 이리저리 몸부림쳤나보다.
시훈이에게 바다소의 다양한 시간관리 프로그램들의 기능들을 알려주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잘 관리하라고 당부하였다. 그리고 글쓰기 프로그램들을 활용해서 이틀에 한번 꼴로 글을 써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포스트잇과 작은글쓰기에 쓴 글들을 보여주었다. 최초로 쓴 글은 2001년에 쓴 것이었다. 12년 동안 내 글 쓰는 실력은 아주 조금 늘었을 뿐이다. 수학과 글쓰기 실력은 이렇듯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조금씩 늘어날 뿐이고, 녹슬지 않도록 평소에 꾸준히 다듬어야 한다.
방금 전에 시원이가 서재로 뛰어와서 자기 꿈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어떤 아저씨에게 우리 가족이 차에 잡혀있었어. 나도 도망치고, 아빠도 탈출했는데, 오빠가 도망치지 못한 거야~ 차 문이 조금 열려 있어서. 나에게 자동차 열쇠가 있는 거야. 내가 이단 옆차기를 하는데, 그 아저씨도 이단 옆차기를 했어. 그런데 그 아저씨는 하나도 안 맞았다! 그래서 내가 한 대 퍽 해서 이겼어. 그래서 우리를 묶었던 끈으로 그 아저씨를 묶고 경찰이 와서 체포했어."
깨기 직전에 꿨던 꿈이라 생생한가 보다. 해피엔딩이라 목소리가 밝다. 아마 내가 머리를 쓰다듬을 때쯤 상황이 반전된듯하다.
마치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처럼 상쾌한 아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