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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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이 생일

오늘은 시원이 생일이다. 미스터피자에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했었다. 시원이는 학교를 마치고 피아노 학원을 들러 오후 2시 반쯤에 왔다. 학교에 놀려고 가지고간 할리갈리와 함께 지완이라는 친구가 선물해준 장미꽃 만들기 클레이가 가방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바로 장미꽃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시훈이는 영어 학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엄마와 시원이 생일 선물을 사왔다. 엄마 것은 실타래를 꼬는 것이고, 시원이 것은 학용품 세트였다. 나는 시원이 선물을 사러 아이들과 함께 홈플러스에 갔다. 시훈이는 동생 선물을 골라주기 보다는 자기의 레고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22만 5천 원이나 하는 테크닉시리즈 자동차가 끌리는 모양이다. 다행히 시원이는 클레이로 저금통 만드는 것에 만족했다. 나는 덤으로 스케치북 3권 묶음도 사주었다.

저녁을 먹으러 미스터피자에 갔다. 거기서 아내와 처제네 식구를 만났다. 피자는 맛있었지만 천장 에어컨 바로 밑이라 너무 추웠다. 피자 위에 초를 꽂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시원이는 실타래 꼬는 것을 엄마와 같이 하다가 10시가 넘어도 자려고 하지 않는 것을 내가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오늘은 재미난 이야기를 해달란다. 시원이는 난쟁이 음식까지 뺏어먹고 뱃살이 많아져 왕자님을 놓친 뱃살공주 이야기, 꾀 많은 토끼 이야기, 자기가 지어낸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들을 했고, 나는 라푼젤, 피터팬, 신데렐라,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시원이는 계속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시원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코를 내 옆구리에 박고 손을 허리에 감은 채 잠이 들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굶주린 것은 단순히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아빠나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하게 꿈나라로 간 것이 얼마만인가.

한동안은 계속 무덥더니 이제는 계속 비가 온다. 오늘도 많은 비가 중간 중간 내렸다. 잠시 멈췄던 비가 밤이 되자 또 내린다. 서재 베란다 창문 너머로 빗소리와 그 비를 뚫고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 노랗게 불이 켜진 집이 십여 채 보인다. 그 집들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떠돌고 있을까?

이야기가 많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어주고, 그 이야기 속에 빠져 있고 싶다. 나도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주고 싶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가 행복하게 잠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형종   2012-08-21 (화) 23:48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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