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29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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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엑스포

여수 밤바다 노래를 매일 듣는 시훈이의 강력 추천으로 제주에서 여수로 왔다. 그런데 내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시원이는 내 몸이 마이너스 50점이라 했다. 배탈이 났고, 왼쪽 발목은 뭔가에 물려서 진물이 계속 나왔고,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고, 배가 아팠고, 여수엑스포에서는 낮에 토했다.
 
원래는 캠핑빌리지에 텐트를 치고 여수 밤바다를 구경하며 회라도 먹을까 했는데, 도착이 3시간 넘게 지연되고, 두드러기가 생기고 배도 아파서 밤 바다 구경은 다음에 좀더 한가롭고 날이 선선할 때 와서 하기로 했다. 지금은 무엇보다 이런 엉망인 컨디션으로 전쟁같은 엑스포 관람을 어떻게 잘 하고 오늘을 무사히 마무리할까 걱정이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9시 20분에 셔틀을 타고 엑스포장에 도착하니 벌써 인산인해였다. 다행히 태풍의 영향으로 구름이 많고 바람이 세게 불어서 덜 더웠다. 먼저 시훈이가 지금밖에 볼 수 없다며 추천한대로 국제관에 들러 미국관, 호주관, 필리핀관, 말레이시아관을 차례로 구경했다. 미국관의 모자이크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영상은 명작이었다. 호주관에서 시훈이는 부메랑을 샀고, 시원이는 코알라 인형을 샀다. 제법 큰 코알라 인형을 5천에 살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리고 호주산 쇠고기로 만든 핫도그와 꼬치 요리도 맛있었다. 필리핀관에서는 열대과일 말린 것 3종 세트와 오징어 튀김 과자 두 봉지를 샀다. 이렇게 사다가는 엄청나게 지출이 많아지겠다고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말레이시아관에서는 기념품점이 작고 옷가지 정도 밖에 없어서 그냥 나왔다.
 
기업관을 구경하기 전에 점심을 먹기로 하고 국제관 1층의 푸트 코트 일식집에서 우동소바, 냉우동, 삼각김밥, 튀김을 주문했다. 그런데 시훈이의 우동소바를 한 젓가락 먹고 속이 좋지 않았다. 시원이도 우동소바를 한 젓가락 먹고 토했고, 이어서 시훈이가 토하러 화장실로 뛰어 갔고,  나도 잠시 뒤에 아주 조금 토했다. 식당 안은 매우 더웠는데 차라리 식당 밖에서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도시락이나 핫도그를 먹는 게 좋았을 것 같다.
 
삼성관은 줄이 길어서 대안으로 줄이 짧아 보이는 LG관으로 갔는데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렸고, 롯데관은 두 시간 정도 기다렸다. 더운 날씨에 기다리다 지쳐서 자리에 종이를 깔고 앉다가 조금 줄을 이동해서 또 앉기를 반복했다. 배가 아파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이렇게 기다려서 고작 20분 정도 전시물과 기업 홍보물을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오후가 되니 사람들이 더욱 몰려들어 더 이상 줄을 서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행히 사전에 한국관과 주제관을 예약해 놓아서 그마나 본전은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좀 한가해지면 다시 들러 아쿠아리움과 다른 기업관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5시로 예약한 한국관을 보러가기 전에 잠시 시간이 남아 의무실에 들러 진찰을 받고 배 아픈데 듣는 약을 타 먹었다. 신기하게도 더 이상 배가 아프지 않았다. 진작 의무실부터 들를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저녁은 누구에게나 무난한 곰탕으로 먹었다. 곰탕집도 15분 정도를 기다려서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여름에 사람이 몰리는 곳은 다시는 가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곰탕은 맛있었고, 그걸 먹고 나니 원기가 다시 충전되는 느낌이 들었다. 
 
7시에 예약한 주제관을 보고 나오니 해가 어수룩해졌다. 매우 길 것만 같았던 하루가 이렇게 어이없이 가다니.. 고생은 많았지만 끝날 무렵이 되니 그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평생에 언제 또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나라에서 하는 엑스포를 구경 올 수 있을 것인가?
 
석양도 어둠 속으로 사라질 무렵, 사람들이 O링에서 하는 레이저 영상쇼를 보려고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리는 일단 출구 쪽으로 이동해서 사람들이 잔뜩 앉아 있는 틈에 끼어서 전반부 5분 정도만 봤다. 그것으로 맛만 보고 출구로 나와서 셔틀을 타는 곳으로 직행했다. 벌써부터도 빠져나오는 관람객들과 그들을 실어 나르려는 관광버스들로 혼잡했다. 조금 일찍 서두른 덕분에 9시 30분 셔틀버스를 타고 캠핑빌리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훈이랑 찬물로 샤워를 하고 텐트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오늘이 텐트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바람은 여전히 거셌지만 몸과 마음은 어제보다 훨씬 편안했다.
박형종   2012-08-04 (토) 15:13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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