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297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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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2012] 카트

아침을 먹고 조금 일찍 나서기로 했다. 전국이 폭염주의보란다. 매미소리가 매우 시끄럽다. 건축학개론에 나온 집을 구경하러 가는 길에 표선 해안도로를 달렸다. 그러다 시훈이가 네살 때 묵었던 맘모스빌리지를 만났다. 올 2월에 새 주인이 인수해서 해비치란 이름으로 바꾸고 멋있게 리모델링했다. 잠시 멈춰서 안을 구경했다. 거의 십년쯤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다. 그거면 된거다. 
 
건축학개론에 나온 세트장 집은 위미항을 조금 지나니 나타났다. 급조해서 지은 티가 팍팍나는 집은 일 년도 안 돼 벌써 다 삭았지만 집 앞의 바다 풍경은 그대로다. 빛바랜 플랜카드에 걸린 계획대로라면 까페를 위한 공사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플랜카드 속 주인공들이 한 첫사랑의 약속처럼 희미했다.
 
다음 코스는 감귤박물관이었다. 2년 전인가 이곳에 들렀을 때 좋은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구경하러온 사람도 적고, 에어컨도 틀지 않아서 더웠다. 거기다 농약을 뿌려 온실을 구경하지 못했다. 관광 성수기에 농약을 뿌리는 것은 조금 아니지 않나 싶다.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것도 아니고, 미리 공지한 것도 아니고. 그래도 아이들은 박물관 앞 정원에서 큰 하귤을 주워서(?) 신이 잔뜩 났다.
 
점심은 안거리밖거리에서 정식으로 먹었다. 메뉴가 단 두 가지에 불과한 식당이다. 옥돔 구이도 나오고 일인분에 8천원짜리 치고는 훌륭했다. 이 근처에 이중섭미술관이 있고, 작년에 여사장님과 그 친구들이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주어서 인상에 깊었예그리나 까페도 있다.
 
더위를 식히러 이마트에 갔다. 책도 보고, 팥빙수도 먹으며 이야기하다보니 두 시간이 금세 갔다. 아이들도 쪼르륵 앉아서 어린이 책들을 보는 모습이 재밌었다.
 
해가 넘어가지 직전의 오후 여섯시 무렵 바로 옆의 세리카트에 가서 카트를 탔다. 나는 시원이를 태우고 달렸고, 시훈이랑 엎치락뒤치락하며 레이싱을 했다. 스릴 만점이었다. 레이싱의 묘미는 바로 1등을 추월할 때이다. 시훈이는 막판에 나를 추월한 직후 멋있는 포즈로 사진을 찍히고 내가 어디쯤 오나 뒤돌아보다가 고무타이어 가드레일을 박았다. 그 사이에 나는 짜릿하게 역전을 해서 1등으로 골인하였다. 시훈이는 내내 아쉬워서 다시 카트를 타자고 했다. 무서워서 눈을 감고 있던 시원이도 재밌었는지 또 타자고 했다. 특히 이번에는 초보들이 많아서 느리게 가는 사람들을 절묘하게 제치고 질주하는 것이 마치 컴퓨터게임처럼 신났다.
 
저녁은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떡볶이와 만두로 간단히 먹었다. 샤워를 하니 졸음이 밀려왔다.
박형종   2012-07-25 (수) 09:13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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