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박형종 / 26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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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2012] 블루나래타고 제주고

완도항에서 새로 생긴 블루나래를 타고 제주에 왔다. 4년 연속 제주에 캠핑하는 것이다. 블루나래는 2시간만에 제주에 도착할 정도로 빠르다. 갑판에 서면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귀를 세게 때리는 맞바람으로 빠르기를 체감할 수 있다. 뭔가를 바닥에 흘리면 바로 바다로 미끄러져 내릴 것 같다. 블루나래는 배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차들은 꽉 찼지만 승객석은 반 정도만 찼다.
 
배를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로 블루나래에서 사진을 찍어 블로그나 SNS에 올리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했다. 먼저 우리집의 얼리어댑터이자 이벤트만보면 흥분하는 시훈이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고 비치발리볼을 탔다. 심드렁해있던 나도 따라해서 네이버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고 방수 케이스를 선물로 받았다. 그것을 본 아내도 따라해서(블로그 제목은 블루나래타고 제주고) 역시 스마트폰 방수 케이스를 받았다.  물놀이 할 때 딱 필요했던 방수 케이스를 뜻하지 않게 받아 목에 걸어보니 나래를 펼쳐 날아갈 것 같았다.
 
전날 장거리 운전에 대비해서 차를 점검하러 카센터에 갔었는데 차를 들어올리자 여기저기 부식된 모습이 보였다. 손만 갖다대면 녹슨 차체가 떨어져 나갔다. 21년된 차다. 고무 패킹들이 다 닳아서 둔턱을 넘을 때마다 뒷 바퀴 쪽에서 끼륵하는 소리가 난다. 그것을 교체하기 위해 나사를 풀기에는 프레임들이 너무 녹슬어 붙었기 때문에 통채로 갈아야 한단다. 거기다 뒷바퀴는 철심이 보일 정도로 마모가 되어 있었다. 이제 내가 가장 아끼는 차와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일단은 임시 처방으로 바퀴 두 개만 폐차장에서 가져온 중고품으로 갈아 끼웠다.
 
아침 5시 반에 일어나서  6시 40분에 출발했다. 습하고 무더웠지만 요즘에는 비가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이 차는 에어컨만은 빵빵하다. 시훈이 스마트폰을 차의 카팩에 연결하여 최신곡들을 들으니 여행 기분이 한껏 들었다. 깨끗한 여산 휴게소에서 비빔밥 종류로 아침을 먹었다. 창가쪽에는 도자기들이 늘어서 있고, 인테리어가 멋있는 까페베네도 들어와 있었다.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샀고, 아내는 까페베네에서 아이스 까페라떼를 주문했다.
 
7시간 반을 운전해서 완도항에 도착했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네이버에서 완도 맛집을 검색해서 나온 첫번째 블로그에 소개된 일억조식당으로 갔다. 어디를 들어가도 거기서 거기일 것 같기는 했다. 뜨거운 전복죽이다. 제주 오조해녀의 집과 비교하면 그렇게 진한 맛은 아닌 것 같다. 가격은 만5천원. 시간이 30분 밖에 남지 않아 서둘러야 했다.
 
블루나래에서 기념 사진을 몇 장 찍고, 여산 휴게소에서 산 과자를 먹고, 배의 매점에서 아이들에게 핫바와 샌드위치를 사주고, 갤럭시탭으로 제주 숙소를 검색하고, 배에 비치된 제주 안내 책자를 보니 어느덧 제주항에 도착했다. 
 
오늘 모구리 야영장이 단체 야영객 때문에 개별 캠핑객을 받지 않았다. 대안을 찾느라 고심이 되었다. 함덕 해수욕장에 텐트를 치려고 했으나 내가 제안해서 중문쪽으로 가서 하루 자기로 했다. 제주는 바다도 좋고, 산도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중문쪽에 가야 휴양지에 온 것임 물씬 느낄 수 있다.
 
중문에 도착해서 중심쪽으로 움직이며 민박이나 펜션들을 몇 개 알아보았다. 가격은 인터넷으로 살펴봤던 것보다 그리 비싸지 않았다. 아내는 가격이 조금 싼 민박에 묵자고 했으나 나는 처음에 봤던 집이 마음에 들었다. 아침의 향기, 건물과 풍경이 아름다운 3층 펜션이다. 앞으로 감귤나무 밭이 있고,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전망이 확 틔였다. 현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허리 높이쯤 오는 나무들을 쭉 나열해 있어 우리를 환영하는 것 같았고, 야자수 나무와 감귤나무가 이색적인 느낌이었다. 아직 익지 않은 아이 주먹만한 초록색 감귤이 풍성하게 매달려 있었다. 방과 욕실이 딸려있고, 소파와 식탁이 놓인 거실이 깔끔했다. 무엇보다 거실 양쪽으로 난 창과 방의 베란다 너머로 감귤나무들과 제주의 나무들이 보이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거실과 방의 베란다에 나가서 그 전망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 거실과 방에 각각 매달린 벽걸이형 에어컨과 주방의 냉장고가 무더운데다 비가 세 번이나 와서 누구나 불쾌감을 느낀다는 80인 불쾌지수를 0으로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원래 밖에 나가서 저녁을 먹으려 했으나 텔레비전에 빠진 아이들이나 주방이 마음에 든 아내는 그냥 가지고온 식재료로 밥을 지어먹기로 했다. 쾌적하니 김과 멸치볶음, 햄, 우리가 텃밭에서 기른 고추와 오이하고만 먹어도 밥 맛이 좋았다. 싼 곳에 자고 외식을 하는 것보다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디저트로 과일까지 챙겨먹고, 중문으로 야간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차로 2분 거리인 믿거나말거나 박물관에 차를 주차했다. 9시 반쯤 되니 야간 개장하는 박물관들도 문 닫을 채비를 하고 있었고 늦은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까페나 생맥주 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중문의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명이 달린 야간 마차를 타고 쌩 내달린다. 롯데 호텔 로비에 트릭아트 그림들이 걸려 있어서 우리와 같은 야간 산책을 하는 사람들에게 재밌거리를 선사해준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졸립다고 징징거리던 시원이도 달랠겸 새로 생긴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프레즐과 군것질 거리 등을 샀다.
 
아침의 향기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아내와 시원이는 방의 침대에서 자고, 일지를 쓰려다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12시 반에 거실에서 시훈이와 함께 잤다. 8시간 자동차를 운전하고, 2시간 배를 타면서 누적된 피곤은 순식간에 내 몸을 깊은 잠으로 몰아넣었다. 깊고도 편한 잠이었다. 아침 8시 반. 따스하고 밝은 햇살이 초록 감귤 위에서 사랑스럽게 반짝였다.
박형종   2012-07-21 (토) 23:59   [2]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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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훈   오 좋다 그런데 역시 긍정적인 면만썻네,,, 한면만 보고 다른쪽은 안쓰면 그것은
결국 사기가 되는거야 안좋은거야 그러니까 안좋은것은 약간만 첨부하길,,,

2012-07-23 00:27  
박형종   항상 긍정적인 면만 보는 게 좋아. 안 좋은 것은 그냥 잊어버리고.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을 섞는다고 균형적인 것이 되는 게 아니야. 마치 맛있는 요리에 쓰레기를 섞는다고 균형 잡힌 음식이 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야.
2013-01-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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