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로 만든 집 어제 롯데마트에서 산 트랜스포머2를 보았다. 영화를 보다가 시원이가 물었다: "엄마, 대학생 때 되면 결혼할 수 있어?" 아이들은 일기를 쓰고 자겠다고 시훈이 방과 안방으로 들어갔다. 시원이는 3월 입학식날, 11월, 12월에 한편씩 올해 딱 세 편의 일기만 썼다. 각자 일기를 한 편씩 쓰고 자려고 하다가 시원이가 오빠가 잘 때 꼭 곁에 놓고 자는 펭귄 인형을 숨기고, 그러자 시훈이는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강아지 인형을 가습기 위에 올려 놓는 고문을 하면서 티격태격한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주 이마트에서 시훈이에게 세 가지 모양의 집으로 변신 수 있는 레고를 사주었다. 마당이 있고, 소시지가 익고 있는 바비큐 그릴도 있는 2층집이다. 내 꿈이 그런 집에 사는 것이었는데, 시훈이가 그 레고를 만지작거리며 좋아하는 것을 보니 묘하다. 아파트가 이런저런 신경 안 쓰고 살기는 편한데, 마당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시훈이가 조립한 레고 집을 보면서 아파트를 떠나서 그런 집에 살게 되는 꿈을 다시금 꿔본다.
처제의 둘째 아이 첫돌이라 처갓집 식구들이 2박3일간 우리 집에 머물렀고, 어제 금산으로 내려갔다. 시원이는 낮에는 어린 동생들과 잘 놀다가도 밤에는 자기 장난감 만지지 말라는 소리를 치거나 울면서 잠꼬대를 심하게 했다. 아직은 자기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며 놀고 싶은 나이인데 어린 동생들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다보니 스트레스가 된 모양이다. 처갓집 식구가 내려가고 나는 몸이 많이 피곤했지만 시원이가 자전거를 타러 나가자고 했을 때, 기분 전환을 위해 흔쾌히 수락했다. 겨울치고는 날씨가 따뜻했고, 마침 시원이 자전거의 타이어가 고장나서 조금 큰 자전거를 낑낑거리며 타더니 어느새 밝은 웃음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롯데마트로 갔다.
어제 롯데마트가 원주에서 오픈했다. 지난 12년간 원주에는 대형마트가 이마트 밖에 없었는데, 롯데마트가 들어서니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시원이는 자기가 처음으로 사는 레고라며 역시 세 가지 모양으로 변신할 수 있지만 오빠의 집보다는 작은 레고를 카트에 담았다. 그 동안은 오빠가 인심을 쓸 때 오빠 분위가 맞춰가며 레고를 갖고 놀았는데, 자기 레고가 처음 생겼다며 매우 좋아했다. 집에 와서는 두 시간 동안 오빠의 도움을 받아가며 집을 만들고, 집 안이 허전하다며 창가에 테이블과 의자도 만들어서 넣었고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도 올려 놓았다. 그 집 마당에는 닭고기가 익어가는 바비큐 그릴과 나무와 원숭이가 있었다.
시훈이와 시원이는 거실의 좌식 테이블에 각자의 집을 붙여 놓고 이야기 꽃을 만들어가며 논다. 나는 주방의 식탁에서 아내와 에스프레소 마끼야또를 마시며 그 모습을 보다가 아이들 집 옆에 내 집도 짓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림을 그려본다.
사실 현재의 집도 매우 만족스럽기 때문에 이 아파트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갈 마음이 들 것 같지 않다. 이 집에 나와 아내가 직접 잘라가며 붙인 파벽돌만해도 2천개 정도가 된다. 어쩌면 마당이 딸린 집에 대한 꿈은 가끔 캠핑장에 텐트를 치며 바비큐를 해먹는 것으로 달랠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시훈이가 아까 삼성전자as센터에서 근사한 레고들이 올라와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보여주었었다. 그것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대체 몇 살까지 시훈이가 레고를 만지작거릴지가 궁금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레고를 만들고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레고를 통해서지만 멋진 집을 만들고, 그것에서 살고, 마음껏 상상의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이 마냥 부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