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박형종 / 26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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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있었던 자잘한 일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이번 주말은 집과 원주에서만 보냈는데도 피곤한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차라리 차를 타고 멀리 갔다 왔으면 덜 피곤했을지도 모른다.
 
금요일 저녁에는 아이스 에이지도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역시 프로젝터로 120인치 스크린에 보니 42인치 텔레비전으로 볼 때와는 재미가 다르다. 처음 본 것 같은 부분도 많았다. 시훈이는 빼빼로데이에 선생님께 드릴 빼빼로를 친구들이 뺏앗아 먹어 드리지 못한 것을 아쉬어 했다. 결국 저녁 때 다시 사 와서 이번에는 편지까지 썼다. 내가 받아온 빼빼로에 학생들이 쓴 편지를 보고서는 어떻게 써여할 지 힌트를 얻은 모양이었다.
 
토요일에는 따뚜공연장에서 원주의 제48회 농업인의 날을 축하하는 삼토문화제가 열렸다. 원주는 이래저래 행사가 많다. 도시와 시골의 중간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그런 것 같다. 별 기대하지 않고 아내가 가자고 하길래 갔다. 그런데 누에꼬치에서 실을 뽑는 것도 난생처음 보았고, 어른 몇 명도 들어갈만한 큰 솥에서 지은 밥으로 비빔밥도 해먹고, 달걀 후라이, 우유, 뻥튀기, 탕수육, 제육볶음, 불고기, 배와 사과 시식 등등 무료로 주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뽕잎차, 뽕잎 주먹밥과 같은 신기한 먹거리와 흥겨운 농악도 즐거웠다.
 
우리는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사과와 고구마를 샀다. 그리고는 이마트로 가서 라이언킹, 톰소여의 모험 DVD를 사고 간단한 장을 본 뒤에 다시 와서 배와 저녁에 구워 먹을 차돌배기와 업진살을 조금 샀다. 저녁을 먹고 라이언킹을 보았다. 멧돼지와 같은 조연 캐릭터들의 연기(?)가 빛나는 영화였다. 시훈이는 너무 웃겨 어깨가 아팠다고 할 정도였다.
 
시원이는 토요일 자기방에서 혼자 자겠다고 우겼다. 작년까지는 무서워하더니만 혼자 자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제는 씩씩하게 잘 잔다. 아내는 아직 데리고 자고 싶어하는 것 같은 눈치다. 있을 때 잘 하지.. 그래서 안방에서 나, 아내, 시훈이가 잤다. 나도 갑자기 잠자리가 바뀌니 적응이 힘들었지만, 시원이의 뜻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 아내가 일어나서 새벽시장을 갔는데, 모처럼 나도 따라 나섰다. 아내는 밤을 사고 싶어했지만 밤을 파는 할머니는 밤을 다 파셨는지 오늘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아내는 버섯, 양배추, 청국장, 사과를 샀다. 배추 세 포기를 천원에 파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새벽시장은 12월 10일까지 원주천가에서 매일 열린다. 새벽 4시경부터 장이 서기 시작해서 아침 9시 무렵이면 파하는데 8시쯤 가면 물건을 떼어놓고 홀가분하게 들어가고 싶은 상인들이 떨이로 팔기도 하는 모양이다. 마트가 조금 편하기는 해도, 역시 사람사는 맛은 시장이 최고다. 앞으로도 주말에는 자주 새벽시장.. 아니 아침시장에 나서고 싶다.
 
점심은 집앞에 개업하는 분식집에서 먹으려 했으나 실제 오픈은 화요일이라며 대신 떡볶이를 종이컵에 담아 시식하라고 나와 아이들에게 주셨다. 분식치고는 아이들이 사먹기에는 부담스런 가격이었지만, 가끔 주말에 김떡순(김밥,떡볶이,순대) 세트를 사 먹기에는 딱 좋은 위치에 자리 잡았다. 앞으로 우리 가족이 많이 사랑해줄 것 같은 분식집이다.
 
시원이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시훈이는 킥보드를 타고 모처럼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서 제법 다녔다. 그렇지만 결국 점심은 아내가 해준 떡볶이로 먹었다. 가위바위보로 설거지 할 사람을 정하기로 했는데 세 명은 주먹을 내고 나만 가위를 냈다. 이럴땐 정의의 신이 정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모로 내가 설거지를 하는 것이 정당한 일이었지만, 그냥 설거지를 하기에는 심심했었는데 이렇게 절묘하게 내가 걸리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자전거를 타러 나가자고 떼 쓰는 시원이에게 오빠를 붙여서 내보내고, 바다소에 설문조사 하는 프로그램과 씨름을 했다. 몇 년전에 개발해 놓고 잠시 사용했었는데, 다시 쓰려니 손을 볼 것이 여러 군데 있었고, 몸이 피곤하니 에러를 찾는 것이 느렸다. 겨우 작동할 정도만 해놓고 막 들어온 시원이와 놀아주기 위해 다시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시훈이는 친구들과 토끼와 거북이 놀이를 하면서 신나게 놀고, 시원이는 자전거로 여기 저기를 쌩쌩 달렸다. 놀이터에서 잡기 놀이를 하다가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인생게임을 하자고 한다.
 
아이들은 정말 지치지도 않는다. 시원이가 인생게임을 가져오는 동안 나는 베란다에 숨었다. 그래서 한동안 술래잡기를 하다가, 인생게임을 했다. 나는 내 차례에는 원판을 돌리고, 시원이 차례 때는 컴퓨터로 바다소에 설문 프로그램을 만드는 멀티태스킹을 했다. 덕분에 금새 피곤해졌다. 그런 나를 시원이는 피아노 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끌어 당겼다. 연습하는 것을 보니 제법 피아노를 친다.
 
오늘도 시원이가 자기 방에서 혼자 자겠다고 하길래, 나는 그러라고 했다. 신나라하고 자기 방으로 달려 갔는데, 아마도 아내가 그러면 아침에 깨어줄 수 없다고 공갈을 했는 모양이다. 잠시 뒤에 다시 와서는 학교가지 않는 주말에만 자기 방에서 자기로 엄마와 약속했다고 말한다. 하루 같이 자지 않았다고 오늘은 엄마와 영어 책을 읽으며 다정한 모습이다.
 
시훈이는 학교에서 내준 영어책을 열심히 공부했다. 간혹 모르는 문장이 나오면 내게 와서 물어보곤 했다. 갤럭시탭으로 발음을 듣겠다고 가져가더니만, 그걸로 그 영어책이 무슨 뜻인지 인터넷으로 요약본을 찾아서 읽는 요령을 피우기도 했다. 책이 시훈이에게는 약간 어려운 것 같은데 전체 줄거리라도 알면 해석하기가 조금 수월할 것이다. 아침에는 엄마와 함께 영어 공부법에 관한 동영상을 보았는데, 내가 옆에서 들어보자니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말이었다. 그냥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재밌게 공부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피곤해서 일찍 잘까 하다가 그래도 쓰다보니 긴 이야기가 됐다. 나는 일상적인 것들도 사진을 찍는 편인데, 지금까지 11만장 정도의 사진이 있다. 이렇게 글을 써 놓으면 그 때 찍은 사진들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언젠가 한가해지면 그 사진들을 바다소에도 올리고, 한장 한장 음미해보고 싶다.
박형종   2011-11-14 (월) 00:25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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