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30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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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대회

요즘 걷기 유행이 대단하다. 원주만 해도 각 동별로 걷기 대회가 있다. 오늘 아침에는 내가 사는 반곡동에서 걷기 대회가 있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 백명의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모였다. 원주 시장, 단 하나뿐인 원주시 국회의원도 참석해서 축사를 할 정도로 열기가 높은 행사였다.
 
오늘은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만 나는 쉬어서 그런지 한가한 기분이었고, 푸짐하다는 경품에 욕심도 생겼다. 가을 단풍을 구경하며 동네 한바퀴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와서 참가할까 말까를 고민해보았는데, 그래도 왠지 걸어보고 싶었다. 마침 원주에서 주최하는 세계 걷기 대회도 오후에 열렸는데, 그 코스보다도 우리 동네 코스가 가장 좋다. 한쪽으로 원주천이 흐르고 맞은 편에는 치악산 단풍이 몇 걸음이면 닿을 거리에 있다. 길 바로 옆에는 다양한 농가 주택과 텃밭들이 있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어머어마하게 큰 배추, 색깔이 곱게 들었지만 떨어지기 직전의 벗나무, 단풍나무 잎사귀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반곡동 걷기 대회는 올해로 10년째라는데 이곳에 이사온지 네 번째만에 행사에 참가한 것이다. 나와 아내는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걸었다. 코스는 5킬로미터와 10킬로미터 두 가지가 있었다. 짧은 코스는 노약자를 위한 것이었으나 우리는 토요일 점심 때 집에 오는 아이들을 위해 짧은 코스로 돌았다. 긴 코스는 원주천을 거슬러 금대리로 올라가고, 짧은 코스는 마을을 돌아서 원주천을 따라 내려온다. 걸어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걸으면서 아내와 나눈 이야기가 지난 일주일 동안의 대화보다도 많고 내용도 다채로왔다. 내년에는 긴 코스로 참가하고 싶다.
 
한시간 남짓 천천히 걷고 행사장으로 돌아오니 떡과 따뜻한 국밥을 대접해주었다. 이런 행사를 위해 자원 봉사해주는 지역 주민들에 고마움을 느꼈다. 나도 언젠가 지역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곧 이어 노래 자랑과 축하 공연, 경품 추첨 등이 있었으나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시훈이는 국제 걷기 대회에 참가신청서를 냈는데 함께 가기로 했던 같은 반 친구들이 참가하지 못한다고 하여 아내가 대타로 나갔다. 나와 시원이는 집에서 쉬다가 둘 다 낮잠을 잤다.
 
잠에서 깨고 잠시 신문을 읽는 사이에 아내와 시훈이가 돌아왔다. 저녁은 샤브향이란 곳이 오픈 기념으로 쇠고기를 무한 리필한다고 해서 월남쌈 샤브샤브를 먹었다. 쇠고기를 다섯 접시나 먹었다. 음식점 근처에 새로 생긴 삼성디지탈플라자에서 NX200이란 카메라와 휴대폰 등을 구경하고, 롯데시네마 건물로 이동해서 이발을 했다.
 
밤에는 노트북으로 갤럭시노트란 휴대폰의 제품 발표회 동영상을 구경했다. 탐나는 놈이다. 연말에는 2년 약정이 끝나는 아내에게 내 갤럭시s2를 넘겨 주고 갤럭시노트로 갈아타고 싶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그나저나 유럽에서 열린 발표회 동영상을 집에서 편하게 편한 시간에 볼 수 있는 세상이 놀랍다.
 
원래는 주말에 강릉 커피 축제를 구경갈까 했었는데, 아내가 감기 기운도 있고, 나도 몸 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원주에서 외식이나 하며 지내기로 했다. 요즘은 이래저래 원주를 벗어날 일이 드물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항상 부족하다. 시간이 없다고 하면서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많다. 걷는 것도 마찬가지다. 걷는 것은 인간의 기본 행동이지만, 여유를 갖고 걷는 것은 언제나 굳은 의지를 필요로 한다. 오늘 동네 걷기 대회에서 70살쯤 되어보이는 어르신들이 걷는 것도 힘들어 하는 것을 보았다. 건강을 지키려면 일년에 한번 걷기 대회에 나가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부터 당장 아이들을 데리고 원주천을 다시 걸어볼 작정이다. 나부터 이런저런 핑계로 산책 나가는 것을 미뤄왔던 게으름을 버려야겠다. 아이들에게도 일요일이라고 11시까지 텔레비전에 빠져 지내기보다는 아빠, 엄마와 함께 걷는 것을 장려해야겠다. 그러면서 아이들하고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걷기 대회의 현수막에는 걷게 되면 여섯 가지에 좋다고 씌여 있었다. 크게 보면 건강, 다이어트, 스트레스 해소 기능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덧붙여서 가족간의 대화가 늘어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며, 경험이 늘어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매번 집에서부터 출발해서 걷는게 단조롭다면 차를 타고 조금 떨어진 생소한 곳에 주차하고 거기서부터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시간은 하루 24시간 그냥 주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시간은 만드는 것이다. 잘못 만들면 하나도 쓸만한 것이 없고, 잘 만들면 멋진 작품처럼 남는 것이다. 그리고 잘 만드는 사람일수록 그가 만든 작품의 디자인이 뛰어나고 설계도가 훌륭하다. 설계도 없이 하루를 시작하지 말아라. 하루를 엉망으로 끝내게 될 것이다.
 
나는 경품에 혹해서 참가했던 걷기 대회에서 어떤 경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깨달음을 얻었다.
박형종   2011-10-30 (일) 02:29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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