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30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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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몇년 전에 길이가 약 65센티미터인 수족관을 샀었다. 수족관에 관심이 있던 차에 마침 이마트에서 수족관 세트를 세일 하길래 덥석 사게 된 것이었다. 인공 수초, 공기 방울 발생기, 물고기 먹이, 물 정화기 등등도 사고, 원주천에서 이쁜 돌도 주워 넣고, 횟집 테이블에 놓여 있던 큰 전복 껍데기, 소라 껍질도 넣었다. 여름에 간현 유원지나 치악산 계곡에서 잡은 다슬기도 터를 잡았다. 물에 가라앉는 나무와 자연 수초도 사서 멋지게 인테리어도 했다.
 
그런데 오늘 그것을 버리게 되었다. 나같이 게으른 사람에게 물고기를 키운다는 것이 생각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우리 수족관에 들어와서 제 수명껏 살지 못하는 물고기들에게 미안했다. 물고기가 마지막으로 들어 있었던 것은 몇달 전이었다. 수족관에 있던 돌들은 원래의 자리인 원주천으로 돌아갔다.
 
수족관이 당당하게 차지했던 빈 자리가 허전해보인다. 아내와 나, 어린 시훈이와 시원이는 밤에 불을 끄고 자러 들어가기 전에 물고기들이 수족관 안을 유유히 헤엄치고 쌀알보다도 작은 새끼 물고기들이 숨었다 다시 나타나는 모습을 신기하게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었다. 수족관을 들여다보는 동안에는 아무런 잡념도 들지 않았다.
 
 
시원이가 폐렴에 걸려 집 앞 병원에 입원해 있고, 아내는 그 옆 빈 병상에서 자면서 수발 중이다. 시훈이는 오늘 학교 시험을 보고 한가한 기분이었다. 시험 때문에 실컷 읽지 못했던 해리포터 책을 보고, 못봤던 런닝맨 텔레비전 녹화도 보고, 내가 지난 월요일 교보문고 출장길에 산 갤럭시탭도 만져보고, 나와 함께 시원이 문병을 잠깐 다녀오고, 학교 과학시간에 만든 고무동력기도 수리해서 놀았다.
 
 
모든 것이 지나면 참 잠깐인데, 그 속에 분노, 실망, 좌절, 슬픔, 외로움, 걱정, 불안, 안타까움, 욕심 등의 감정이 끝도 없이 가득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아름다웠던 것만 기억하고 싶다. 내가 물고기들을 보려고 수족관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을 때, 수족관의 유리에 비친 아이들과 아내와 내 얼굴.. 수족관을 보면서 평안한 마음이 되었던 것은 그 속의 물고기 때문이 아니라 그 얼굴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얼굴들에는 아무런 잡념이 없었다.
 
비록 수족관은 없어졌지만, 앞으로도 항상 그런 얼굴로 살고 싶다. 나는 오늘 수족관이 있었을 때는 미처 몰랐던 소중한 것을 그것이 없어지는 순간에 깨닫게 되었다.
박형종   2011-10-20 (목) 22:27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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