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30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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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의 주말

가끔 시원이가 에버랜드를 가자고 한다. 지난 봄에 에버랜드 연간 회원이 만료되었는데 요즘 재가입 이벤트도 하고 해서 이번 주말에 갈까말까를 망설였다. 시훈이가 계속 기침을 하고, 비가 온 후 날씨도 쌀쌀해져서 결국 다음 기회로 미뤘다. 대신에 원주에서 주말을 보내기로 했다.
 
어제 토요일 체육대회에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낮에 왔다. 나는 아침에 1학년 학생들과 축구를 했다. 후반전에 내가 핸들링 반칙을 하는 바람에 학생들이 한 골을 넣어서 1:1 동점이 되었고, 게임은 2:2로 비겼다. 운동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사진을 조금 찍고 한가하게 오전을 보내고 나서 11시 반쯤에 선생님들과 운동장 잔디밭에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예전 내 학창시절에는 김밥과 삶은 달걀을 먹었었다. 이번에는 배달시킨 도시락과 어머님들이 운동장으로 가져다 주신 디저트로 풍성한 점심이었다. 그래도 다음번에는 브루스타를 가져와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체육대회는 작년보다 30분정도 더 했고, 나는 햇볕이 좋아 계속 운동장에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저녁 때는 여섯 선생님 가족이 치악산 황골집에서 두부전골을 먹었다. 아이들까지 25명이나 되어 정신이 조금 없었지만 선생님 가족 모임이 참 오랜만이어서 즐거웠다.
 
집에 오니 피곤이 몰려왔다. 어제 시킨 커피생두 택배가 경비실에 와 있었다. 서재를 좌식으로 버꾸면서 기존에 쓰던 컴퓨터 테이블을 베란다로 옮겼었는데, 그 밑에 있던 커피로스팅기와 쿨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커피를 볶으니 안성맞춤이었다. 마치 근사한 취미공간이 하나 생긴 셈이다. 거기다 방쪽 문을 닫고 베란다 창문을 열면 로스팅할 때 나오는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서 날씨가 추워도 쾌적하게 로스팅 할 수 있게 되었다.
 
커피생두 100그램을 볶으면서 체육대회 때 찍은 사진 767장을 올렸다. 불과 3주전에는 이렇게 많은 사진을 올리려면 한장 한장 서버로 전송했기 때문에 다른 일도 못하고 올리는 데만 꼼짝없이 3시간 정도가 걸렸지만 이번에는 커피볶는 일을 하면서 10여분 만에 끝냈다.
 
오늘 일어나서 서재 베란다  문을 여니 어제 볶아놓은 커피 향이 서재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덕분인지 신문을 읽으면서 좋은 생각들이 마구 떠올랐다.
 
잠시 뒤에 잠이 깬 시원이가 서재로 와서 바다소에 자기가 문제를 내겠다고 졸랐다. 그리고는 오빠에게 풀라고 하고, 다음에는 자기에게 문제를 내달라고 졸랐다. 아침을 먹고는 안방과 주방 선반에 널부러져 있었던 잡동사니와 책들을 정리하였다.
 
시훈이랑은 점심 설거지 내기로 장기를 뒀다. 장기도 둬주고 설거지도 시훈이에게 맡기고 이길 경우 나에게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그런데 오늘은 간신히 이겼다. 차포를 떼고 두는데, 초반에 강력한 공격을 당하여 엄청 장고 끝에 기사 하나를 희생하며 위기를 모면하였고 끝내 역전했다. 
 
점심먹고 시원이가 자전거를 타겠다고 졸라서 네발자전거에서 바퀴 두 개를 빼주었다. 작년에는 잘 못타더니 오늘은 다리가 땅에 다니까 별 어려움없이 자전거를 탔다. 시훈이는 자기 자전거의 바람 넣는 곳의 주입기를 누군가 빼가서 많이 속상해했다. 대신에 내가 공을 차며 같이 놀아주었다.
 
김정수선생님과 김인석선생님이 간현유원지에서 텐트 치고 있다고 놀러오라고 했는데,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들과 놀다보니 어느덧 4시가 되어 햇볕이 시들어가고 있었다. 어제 체육대회의 여독인지 피곤해서 낮잠을 자고, 저녁 때 김연수선생님네 집에 초대받아 저녁먹고 10시까지 놀다 왔다.
 
에버랜드에 갔었다면 지금쯤 녹초가 되어서 들어왔을 것이다. 이거냐저거냐 선택이 항상 어렵기는 하지만 이번 주말은 알맞게 쉴 수 있어서 좋았다.
 
 
+10.3
개천절이다. 오늘도 아침먹고 시원, 시훈이랑 장기를 뒀다. 시원이랑 두는 것은 교육적인 지도와 인내가 필요하다. 시훈이랑은 내가 두 번 물러준 후에 바로 역습을 당해서 지는 바람에 서로 비긴 것으로 하기로 했다. 내기는 걸지 않았다.
 
점심먹고 나는 집안을 정리하고 부엌 선반의 묶은 때를 청소하는 것을 도와주었고, 시훈이와 시원이는 자전거를 탔다. 시훈이에게는 3년전에 타던 거라 작지만 다른 자전거들이 고장났기 때문에 그거라도 감지덕지해 했다. 시훈이가 시원이 자전거에 세워놓는 받침대를 달아줬다.
 
아내와 카푸치노를 마시고 거실에서 코쿤을 베개 삼아 20분 정도 짧지만 편안한 낮잠을 잤다. 개울소리가 졸졸거리고 햇볕이 살살 비치는게 마치 야외에서 일광욕을 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시훈이 방에서 우노를 하다가 거실로 나와서 나랑 셋이서 인생게임을 했다. 그것을 한판 끝내자마자 해리포터 4번째 편을 보았다. 볼드모트가 드디어 형태를 갖추었다.
 
영화를 보면서 먹었던 과자와 초코릿 때문에 속이 니글거린다.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구수한 매운탕 냄새가 난다. 딱 어울리는 저녁 식사가 될 것 같다.
 
아내는 대구매운탕을 했고, 밥이 싫다는 시원이를 위해 떡볶이도 했다. 저녁을 먹은 후에 바다소를 조금 다듬었고, 잠시 PHP와 Ajax에 대한 책을 보았다. 당장은 큰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시간을 내기 어렵겠지만, 미리 공부해두면 장차 쓸 일이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책을 많이 읽는(주로 만화책이지만) 시훈이와 시원이를 위해 높낮이 독서대를 두 개 주문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하는데, 독서하기 보다는 자주 놀러 다닌 것 같다. 나에게 가을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은 많고 막상 제대로 마무리 하기는 힘든 계절인 것 같다.
박형종   2011-10-02 (일) 23:50   [2]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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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규   저는 하루종일 퀴즈 준비를 했고 할껍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2011-10-03 02:16  
박형종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때가 오는 거야. 목요일 바비큐도 있잖아~ 영규 화이팅!!
2011-10-0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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