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일요일 밤이다. 방금전 시훈이가 영어 방과후 숙제를 나에게 보여주고 안방에 자러 들어가는 것으로 지난 일주일이 끝났다. 비로소 소란스런 날들이 잠들었다.
시훈이의 숙제는 손바닥만한 56쪽의 영어 책을 읽고 일주일 동안에 반쪽짜리 독후감을 쓰는 것이었다. 지난 월요일 숙제에 대해 툴툴대며 그 책을 보여주었었는데, 처음 한 페이지를 같이 해보면서 시훈이의 영어 실력을 새삼 확인했다. 아~ 내가 그 동안 너무 무심했구나.
그날부터 시훈이가 하루에 한쪽 정도 단어를 찾아가며 공부하면 나는 뜻을 해석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한쪽을 하는데 하루에 두 시간 정도가 들었다. 애초에 일주일만에 56쪽을 다 읽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이라 힘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니 늦었다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단지 책이 그의 수준에 비해 조금 버거운 것이었다.
앞으로는 시훈이와 저녁 때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나하고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바다소의 일들을 하면서 도와주다보니 나 스스로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창제 사진을 올렸고, 바다소 프로그램들을 다듬었다. 이왕 만들었으니 직업적인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완성도는 이루고 싶은데, 그러다보니 끝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이 정도에서 정말 손을 놓아야 할 것 같다.
금요일 저녁에는 집에서 영화 해리포터3편을 보았다. 이번에는 시원이도 무섭다고 숨지 않고 잘 보았다. 어제 토요일 오전에는 아내와 시원이가 수영하러 가고, 시훈이가 친구 병문안 간 사이에 잠시 원주천을 산책했다. 시훈이는 수,금,토 세 번이나 병문안을 갔는데 핑곗김에 친구들을 만나 노는 재미로 그런 것 같다. 토요일에는 친구 네 명을 피잣집에서 만나 피자를 두 판 시켜먹었다고 한다.
날씨가 더웠다. 산책하다 수풀 사이로 1미터쯤 되는 뱀이 기어가는 것을 보았다. 색이 현란한 것이 독사같았다. 가까이서 그런 뱀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낮에는 문의 시트지가 떨어진 것을 접착제로 붙이고, 저녁에는 애니메이션 "레이디와 트램프"를 보았다. 시원이가 이마트에서 직접 고른 DVD였는데, 재밌었고, 느낀 점도 있었다. 시원이는 책에서 본 것이랑 다르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는 처제가 예고없이 놀러와서 함께 놀다가 아내가 요리한 해물스파게티를 먹었다. 아내의 해물스파게티는 언제 먹어도 훌륭하다. 이 밖에도 요리를 음식점 수준으로 잘 하는 편이다. 낮에는 처제가 둘째 바다와 집에서 자는 사이에 첫째 빛나와 함께 원주 교육정보관에서 "벼랑위의 포뇨"를 보았다. 감독의 상상력이 놀랍다. 상상을 끝까지 밀어부치면서도 이야기가 따뜻하다. 지난번에 왜 영국 사람들이 이야기에 강한가를 말한 적이 있었는데, 일본 작가들의 경우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말에 우리는 날씨가 좋아서 어디로 놀러갈까 궁리를 할 때 이웃 일본에는 태풍이 상륙했었다.
주말에 3편의 영화는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날씨가 좋아 에버랜드를 갈까 강릉의 바닷가를 갈까 엉덩이가 들썩 거렸지만 몸 컨디션도 그렇고 참기를 잘 한 것 같다. 오늘 저녁에는 처제네가 그루폰으로 구입한 쿠폰으로 대구찜을 먹었다. 원주에도 그루폰을 하는 음식점이 많아서 외식하는 사람들에게 솔솔한 즐거움을 준다. 나도 이번 겨울에는 그루폰을 좀 뒤져볼 생각이다.
서재의 컴퓨터 테이블도 좌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 김에 기존에 좌식테이블로 쓰던 두 개의 캠핑테이블을 통일된 테이블로 교체할 것이다. 다음주 중으로 좌식테이블 3개가 올 것인데 서재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가 된다. 그 곳에서 시훈, 시원이랑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