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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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기

내 전공이 과학이다보니 오랫동안 사회나 인문 책들을 읽어보지 못했다. 읽고는 싶은데 왜 이리 시간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
 
지난 7월에 유럽수학여행을 인솔하면서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를 들렀다. 요즘 가이드들은 역사에 해박한 것 같다. 영국 가이드는 모든 역사 사건의 날짜를 외우고 있었다. 프랑스 가이드는 전 유럽의 역사를 꿰뚫고 있었다. 그 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역사는 참 재밌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프랑스에서 박사학위 공부를 할 때 몇 번 둘러봤던 곳인데 역사를 알고 보니 새삼스럽게 보였다. 파리에 역사가 없는 곳은 없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역사는 곧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이다. 나는 갑자기 그것에 큰 흥미를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부터 공부해볼 생각이다. 일단 시훈이에게 사주었지만 정작 나는 읽지 않았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부터라도 읽어봐야겠다. 만화라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다음에 그리스와 로마, 중국, 일본, 미국, 유럽 이야기도 읽어볼 생각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시훈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고, 시원이가 1학년이니까 책 한권을 사면 세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어서 책값이 많이 아까울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가이드의 설명에 푹 빠져 있다가 문뜩 바다소에 소셜네트워크 형식으로 연대기를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대기를 정리하면서 역사 공부도 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연대기를 보면 역사를 보는 눈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조선 왕들의 즉위 날짜에 대해서는 시훈이에게 시켰다. 책을 읽으면서 틈틈히 기록해볼 생각이다.
 
박시백의 책 맨 뒤편에 요약된 연대기들을 보면서 조선 시대에는 참 헛 일을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 역사 전체를 무지막지 하게 간단히 요약하면 과학을 소홀히 하고 권력 다툼만 하다가 결국 다른 나라에게 먹히는 역사가 아닐까 한다. 그나마 그 수십권의 책에서 찾은 요즘의 관점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가치를 지닌 것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라고 생각된다. 내가 그 문자로 글을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직 80여건만이 올려진 연대기지만 그것을 보면서 겸손해진다. 공간적, 시간적으로 광활한 무대에서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 거대한 무대마져도 우주의 스케일에서 보면 한낱 점에 불과하니 말이다.
박형종   2011-08-15 (월) 23:10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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