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30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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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유배지,오설록,피자굽는돌하르방,오월의꽃,경마공원

8월 6일 토요일 저녁에는 피데이 민박 101호에 숙소를 정했다. 협재해수욕장 주변에 민박집을 여러 곳 둘러봤는데 성수기였지만 마침 태풍 때문에 예약을 취소한 방들이 있어서 절반 가격인 6만원에 좋은 방을 구했다. 자그마한 베란다가 있는 펜션형 원룸으로 앞쪽으로 제주 서해바다가 넓게 보인다. 태풍 영향으로 비가 많고,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다.
 
산방산온천에서 성게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탄산온천을 하고 추사유배지로 갔다. 5분 거리인데다가, 입장료도 500원밖에 하지 않았다. 그냥 옛스러운 초가집 정도를 기대하고 갔는데, 작년 5월에 기념관도 건립해서 제법 그럴듯한 박물관 같은 성격을 갖추고 있었다. 붓글씨에 관심이 많은 아내가 권해서 갔는데 둘러보길 잘했다.
 
그 다음에는 오설록을 갔다. 무료 입장인데다가 갓 덖음한 녹차를 무료 시음할 수 있고, 샘플화장품도 발라 볼 수 있고, 경치도 좋아서 해마다 들르고 있다. 또하나 녹차 아이스크림도 맛이 일품이다. 녹차 음료,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 아이스크림에 떡, 밤이 들어 있는 메뉴를 먹었다. 올해는 유난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배도 출출하고 마침 가까운 곳에 있는 무인까페 오월의 꽃 옆에 피자집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러 보기로 했다. 피자굽는 돌하르방이란 곳이다. 벽건물의 드로잉도 재밌고, 주인장의 센스가 곳곳에 느껴졌다. 피자도 동그란 모양이 아니로 옆으로 길죽한 타원형이다. 네 가지 토핑을 모두 선택하면 길이가 무려 1미터짜리 피자가 나온다. 우리는 불고기와 고구마 토핑을 선택했는데 모양도 재밌고 맛도 좋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곳에도 사람들이 꽉 찼다.
 
배도 채웠으니 음료를 마시러 바로 옆의 무인까페를 들렀다. 이곳도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카메라의 사진을 노트북으로 옮기고 휴대폰을 충전하는 동안 커피, 녹차, 토마토주스, 감귤주스, 아이스코코아, 강냉이 등을 먹고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이런 자잘한 재미가 제주 여행을 더욱 다채롭게 하는 것 같았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제주 경마공원이었다. 작년에도 토요일 이곳에 들렀다가 시훈이가 손가락을 다치는 사고를 겪었었다. 그 때는 아내가 시훈이를 붙잡고 뛰는 것만 보았기 때문에 어떤 곳에서 사고가 났는지도 잘 몰랐다. 이번에 제주에 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었다. 시훈이는 다시 오는 것을 썩 내켜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작년에 이곳에서 멈추었던 제주 여행의 즐거움이 다시 이어지기를 바랬다.
 
비가 오락가락 했지만, 작년에는 저녁이라 폐쇄되었던 놀이 시설들을 이번에는 이용할 수 있었고, 시훈이와 시원이와 나는 성벽도 오르고 구름다리도 건넜다. 다만 시훈이가 다쳤던 두 줄의 레일은 운행되지 않는 채로 그대로 놓여 있었다. 작년에는 날씨가 좋았었는데.. 모든 일은 두 번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은 진리같다. 좋은 일이거나 나쁜 일이거나 궂은 일이거나 즐거운 일이거나. 두 개의 우산을 쓰고 우리 가족은 작년보다 한결 홀가분한 기분으로 경마공원을 빠져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방향을 거슬러서 협재해수욕장이었다. 거기서 홀로 제주 올레 길을 여행 중인 강문근선생님과 만나 저녁을 함께 먹기로 되어 있었다. 가는 도중에 민박 집을 몇 군데 알아봤다. 한참 성수기라 10만원 이상을 줘야 잘 수 있는 곳들이 태풍 때문에 취소된 방들이 있어서 6~8만원 정도를 불렀다. 일단 강선생님을 만나 갈치조림을 맛있게 먹었다. 하루 8시간 정도를 걷는다고 한다. 우리가 전날 잤었던 산방산온천 바로 옆의 게스트하우스에서 6일간 자면서 버스로 이동하며 올레길을 걷고 계신다. 나도 언젠가 아이들이 크면 혼자 올레길을 걷고 싶을 것 같다.
 
저녁을 먹고는 해피페이 민박에서 자기로 했다. 지금까지 잤던 중에서 가장 호사스런 숙박인 셈이다.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고 뉴스를 보고, 아이들이 잔 다음에 아내와 맥주 한 캔도 마셨다. 베란다 밖으로 무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너머 검은 바다 위로 높은 파도가 어렴풋이 보인다. 3년 연속 제주도에서 캠핑을 하는데 3년 연속 테풍을 맞고 있다. 재작년에는 모구리야영장의 대피소에서, 작년에는 한라병원 병실에서, 올해는 야영장 반대편의 찜질방과 민박, 호텔 등을 전전하며 태풍을 피하고 있다. 텐트에서 자는 것과 야영장 생활을 불편해했던 아내와 아이들은 이런 떠돌이 생활이 싫지 않은 것 같다. 나도 그렇다. 모처럼 에어컨 바람을 쬐며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다.
박형종   2011-08-07 (일) 10:58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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