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30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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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선해수욕장
풀벌레 소리들이 사람들 소리보다 가깝고 크게 들리는 평화로운 밤이다. 오늘은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해수욕장으로 갔다. 시원이는 진작부터 물놀이를 하고 싶어 했지만, 다른 선생님 가족과 함께 다니다보니 그럴 기회가 없었다.
점심을 야영장에서 짜파게티로 간단히 해먹고 모구리야영장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표선해수욕장으로 갔다. 밀물 때라 수영은 별로 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대신 조개 잡이와 모래성 쌓는 놀이를 했다. 해가 쨍쨍해서 너무 까맣게 탈까봐 잘 나오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통닭으로 꼬셔서 30분 정도 그늘막에서 쉬게 하고, 슬러시로 유인해서 가게에서 20분 정도 쉬게 했다.
나는 해변가 나무 그늘 한쪽에 그늘막을 쳐놓고 노트북을 했다. 이번에 제주에 오면서 노트북을 두 대 갖고 왔다. 와이파이가 안되는 곳에서도 스마트폰의 테더링 기능을 이용해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나는 유럽수학여행을 인솔하는 도중에 가이드들의 해박한 역사 지식에 놀랐는데, 그러면서 역사가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역사의 기본인 연대기를 바다소의 소셜네트워크와 결합하여 소셜 연대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그늘막에서 그 첫번째 작업을 핶다. 몇 번씩이나 그 비슷한 프로그램을 짜보다보니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이런 여행에서라면 기분을 내서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두 시간 정도 그늘막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니 언제 나올까 싶었던 아이들이 저녁 7시가 되어 돌아왔다. 우리는 다함께 왕만두집으로 가서 만두를 사고 다시 표선해변가로 와서 밀물을 구경하며 천천히 먹었다. 깜깜한 수평선 너머로 오징어 잡이배가 켜 놓은 환한 빛이 보였다. 저녁까지 붐볐던 인파가 사라지고, 시원한 바람을 쬐며 한가로이 저녁 시간을 즐겼다.
눈이 감긴다. 오늘은 모처럼 12시 이전에 자게 될 것 같다.
박형종
2011-08-03 (수)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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