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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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선생님네 가족과 두 할아버지

바람이 세고 차가운데도 모기가 있다. 방금전에도 여러방을 물려서 간지럽다. 야생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서 허겁지겁 텐트의 환기 구멍을 닫았다. 재작년에는 텐트를 치고 서귀포 이마트에서 저녁을 먹고 장을 보고 오는 사이에 집중 폭우로 텐트의 환기 구멍으로 텐트 안쪽으로 비가 들이쳤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때는 제주도에서 처음 야영을 하는 기분에 들떴었는데 그 비로 텐트 내부는 물론 침낭까지 비에 젖어 눅눅한 하룻밤을 보내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었다.
 
아침을 먹고 시원이가 옆집의 해먹을 타고 노는 사이에 아내와 시훈이랑 함께 산책할겸 모구리의 텐트들을 구경했다. 텐트들이 점점 대형화하고, 모기장 텐트와 기타 캠핑 장비들이 럭셔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재작년에 우리가 텐트를 쳤던 사이트를 가보니 앞이 탁트였던 전망은 훌쩍 자란 나무들에 의해 많이 가려졌다. 그곳에 처음 자리잡았을 때 앞으로 오름들이 쭉 펼쳐진 풍광은 우리가 제주에 있음을 알게 해주기에 충분했었다. 
 
작년에 텐트를 쳤던 사이트는 화장실 옆이었는데, 당시에는 아늑했고 편리했지만 왠지 지금은 다시 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바퀴를 돌아 현재의 사이트로 왔다. 세 군데 중에서 가장 낮은 곳이다. 텐트를 칠 수 있게 네모랗게 구획을 만들어 놓아서 그런지 정돈된 느낌이고 텐트 사이의 간격이 적당하다. 야영장의 끝부분이라 덜 번잡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김연수선생님네 가족이 이틀 동안 통나무펜션에서 잔 다음은 오전 11시 반경에 모구리에 도착했다. 마침 우리 텐트 옆에 자리가 났다. 코베아 캐슬 텐트를 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나는 조금 도와주고 피곤해서 낮잠을 잤다. 펜션에서 에어컨을 틀며 쾌적하게 자다가 습하고 더운 야영장에서 지내려면 고생이 심할 것이다.
 
점심에는 라면을, 저녁에는 밥을 해서 같이 먹었다. 시훈이는 김선생님의 첫째 용정이와 동갑이고, 시원이는 김선생님의 둘째 민주보다 두 살 아래로 서로 어울려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시훈이는 용정이를 만나자마자 장기를 7판을 두었다. 그리고 네 명이 모여서 우노게임을 하며 놀거나 인라인스케이트 장에서 축구를 하며 놀기도 했다. 아빠 엄마를 찾지도 않고, 이마트를 가자거나, 해수욕장을 가자고 조르지  않고도 아이들은 하루를 신나게 보낼 수 있었다.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모구리 야영장에서 한가한 시간을 즐겼다. 저녁을 먹을 때 낮에 캠핑장에서 보았던 할아버지 두 분이 오셔서 소주 한 병을 주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두 분은 홀로 여행을 다니신지 각각 8년, 6년이 되셨단다. 67세인 한 분은 스타렉스를 집으로 사용하시고, 인천이 고향이신 다른 한 분은 트럭 위에 간이집을 지어서 전국을 돌아다니고 계셨다. 올해 내내 제주도를 여행하실 계획이란다. 트럭 위에 간이집을 올리신 분은 제주 해안가에 집을 지으실 요량으로 두 달째 모구리에서 식사를 하시면서 땅을 알아보고 다니셨다. 그 분은 나와 고향이 같고, 다른 분은 내 아내와 가까운 같은 곳이 고향이라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자전거도 타라고 빌려주셨고, 전자 파리채는 아예 주셨다. 모구리 오름에서 일출을 보는 것과 성산포에서 생선 장을 보는 것, 모구리에서 아이들이 인라인스케이트를 빌려서 타는 것에 대해서도 힌트를 주셨다.
 
나도 20년쯤 뒤에는 캠핑카를 하나 마련해서 전국을 돌아다니지 않을까 싶다. 아내는 그 때까지도 함께 다니고 싶은 눈치다. 그 때는 무슨 낙으로 살게 될까 가끔 궁금해진다. 여전히 바다소를 하게 될까? 캠핑을 하며 다닐까? 여행을 할까? 사진을 찍을까? 책을 쓰고 있을까? 젊은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다고 좋아하신 두 분의 모습은 앞으로도 한동안 잊기 힘들 것 같다.
 
그런데 매거진을 쓰면서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저씨나 할아버지 홀로 캠핑하는 경우는 종종 보아왔는데 왜 아줌마나 할머니 홀로 캠핑하는 경우는 한 번도 못본 것일까?
박형종   2011-07-27 (수) 00:54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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