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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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갤러리와 중문관광안내소

밤새 바람이 시원했다. 여름용 침낭을 이불처럼 펴서 덮었는데 추위를 느끼고 잠을 깨곤 했다. 작년까지는 아무리 더워도 텐트 출입구를 닫고 잤는데, 이제 3년차의 여유인지 출입구를 열고 자도 걱정이 들지 않는다. 텐트를 칠 때는 몰랐는데 텐트를 친 땅에 약간의 경사가 있어서 잘 때 몸이 어딘가 쏠리는 느낌이 든다. 수평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해가 뜨기 시작하자 몸이 차차 더워졌다. 몸을 뒹굴뒹굴하며 한참 만에 일어나보니 아내가 아침으로 참치찌개를 준비했다. 아침을 먹고 근처 성읍 민속마을의 농협마트에서 얼음과 얼린 생수를 사서 아이스커피를 타는데 쓰고 나머지는 아이스박스에 넣어놓았다. 생수는 2L에 800원이다. 유럽에서 학생들이 즐겨 사 마시던 생수에 비해 십분의 일도 안 되는 가격이다. 물가가 오르는 것은 몇몇 상인들에게는 좋은 일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고통스런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가령의 일본의 쓰나미와 원전 사고 때문에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생수를 많이 사게 되고, 따라서 생수 값이 오른다면 생수를 파는 몇몇 사람을 빼고는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오른 생수 값으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주변국들이 문제 없이 잘 사는 것이 우리에게도 좋은 일일 것이다.
 
아이스커피는 집에서 미리 만들어 갖고 온 워터드립 커피로 만들었다. 워터드립 커피는 커피가루에 상온의 물을 한방울씩 떨어뜨려 추출한 커피로 숙성될 수록 향이 좋다.
 
11시 반쯤 느릿느릿 야영장을 나서서 김영갑갤러리란 곳을 방문했다. 2005년 루게릭병으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20년간 김영갑씨가 찍은 제주도의 풍경 사진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제주의 자연이 훼손될수록 그가 사랑했고, 사진으로 남기고자 했던 제주의 풍경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나도 지난 15년 동안 사진을 많이 찍은 것으로 치자면 전혀 김영갑씨에게 뒤질 것은 없지만, 나는 아무 생각이나 공부없이 줄곧 사람 얼굴만 찍어왔다. 내가 모든 사람은 커녕 우리 아이들의 모습도 다 찍지는 못하지만, 인연이 닿는 사람들의 사진은 되도록 많이 찍어주고 싶다.
 
 
춘자멸치국수라는 소문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지만, 문이 닫혀 있어 그 앞의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 세트를 먹었다. 그리고 중문관광단지안내소로 가서 관광책자와 할인쿠폰에 대해 살펴보았다. 중문관광안내소는 우리가 2009년에 처음으로 제주에서 캠핑을 할 때 우연하게 들렀던 곳으로 그 후로는 그 곳을 들르는 것이 제주 여행의 시작이란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해룡마트에서 5군데의 관광지 할인쿠폰을 구입하고, 서귀포 이마트에서 저녁으로 먹을 흑돼지 목살과 삼겹살, 전복 등을 샀다.
 
오는 길에 하나로마트에서 얼음을 사서, 야영장에 돌아와서 바비큐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바비큐 연료로는 참숯 대신에 2년전 옆에 텐트를 치셨던 서현이 아버님이 주신 차콜을 썼다. 그 때 처음 제주에 텐트를 치고, 제주의 거친 바람 때문에 고생할 때 기다란 쇠말뚝을 빌려 주시고, 태풍이 오던 날에도 텐트를 지키며 여러 도움을 주셨었다. 그 분이 먼저 철수하면서 본인이 갖고 있던 차콜의 반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는데, 작년에는 그것을 사용하지 못했었다. 가스토치로 차콜에 불을 피우니 그 당시 기억이 가물가물 떠올랐다.
 
저녁 9시쯤에 과부하로 전기가 나갔었는데, 관리사무소로 찾아가서 말을 하니 대피소에서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게 해주었다.
 
작업등을 켜놓고,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으니 근방의 온갖 곤충들이 내 텐트 주변과 노트북 모니터 위로 달려든다. 늦은 밤이다. 바람이 세어지고 있다. 비가 온다고 했다. 오늘 밤을 무사히 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박형종   2011-07-26 (화) 00:34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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