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31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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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스쳐지나간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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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7일의 아침이 밝았다. 창제 집중 이수 기간으로 선택한 ‘캠핑&스타’로의 여행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날이었던 것이다. 저번 주에 시험이 끝나 홀가분한 마음과 무언가 찝찝함이 남아있는 마음이 공존하는 가운데에 가끔은 이런 여행에 심취해 일상과 동떨어져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도 횡성에서 멀지 않은 강릉의 Coffee Cupper 커피 박물관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사실 그 전날 밤에도 숙제에 시달려 많이 피곤했던 터라 단거리 여행이 썩 달갑지만은 안았다.  시험기간이나 수업시간 졸지 않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자주 애용하는 커피를 이렇게 다양하게 보게 되니 느낌이 새로웠다. 커피는 언제나 나에게 부족한 체력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터라 애용하고 있었기에 더욱 더 관심 있게 이것 저것 관람할 수 있었다. 먼저 나는 로스팅 체험을 했다. 커피의 원두를 직접 볶아보는 과정이었는데, 로스팅 기구를 일정한 속도로 원운동을 15분동안 반복하여야 했다. 생각보다 기구가 무겁고 15분이란 시간이 짧지 않아 굉장히 힘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커피 한 잔 마시기 참 힘들다라고 한탄하며 다 볶아서 검정빛이 감도는 원두를 차갑게 식혔다. 다 볶은 커피를 은색 패킹에 넣어서 싸맨 그 순간 내 기분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 다음은 커피를 생산하는 식물이 자라고 있는 비닐 하우스를 관람하였다. 커피 식물들도 의외로 내가 알고 있는 타 식물과 나무 종류와 모습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해서 놀랐다.  그 다음은 비닐 하우스를 나와 옆의 샛길을 통해 커피 박물관에 가서 커피를 만드는 다양한 기구들과 함께 그 역사를 살펴보았다. 몇 백년 전부터 사람들이 즐겨마시던 커피는 그라인더 등 여러가지 기구가 사용되었으며 그 디자인도 가지각색이었다. 유럽 귀족들은 커피 그라인더를 벽에 걸어놓는 액세서리처럼 사용하여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은 채 부를 과시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인솔교사인 박형종 선생님께서 맛있는 아이스 커피를 선물하셨다. 굉장히 달고 맛있어 무더운 여름을 한번에 날려보내는 큰 선물이었다.

 그 다음 버스로 이동하여 강릉의 명물, 횟집에서 식사를 했다. 예상치 못한 진수성찬에 다시 한 번 놀라고, 오랜만에 동해의 신선한 해를 마음껏 음미했다.

이제 그 날 저녁거리와 다음 날 아침거리를 사기 위해 이마트에 갔다. 우리 조원 9명에게 주어진 돈은 18만원이었다. 저녁에 바비큐를 해먹어야 하였기 때문에 많은 량의 고기를 포함해서 18만원이기 때문에 넉넉하지만은 않았다. 항정살, 목살을 포함하여 다양한 부위의 돼지고기를 3kg 가량 구입한 뒤 우리는 음료수, 과자, 아이스크림 등 원하는 야식거리를 구입하였다. 조금 고르자 18만원이 순식간에 차버리고 우린 아쉬운 마음으로 계산대를 향했다. 서로 무엇을 구입할지 충돌도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장보기를 마치고 박형종 선생님께서 계산해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캠핑의 숙소인 망상 오토캠핑장의 숙소를 향했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짐을 풀고 구기게임을 한 것이었다. 조별로 구기게임, 즉 남자는 배구, 여자는 피구를 하였는데 이 게임의 승패에 다음 날 야식비가 차등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족구를 한 번도 안해보았지만, 단순히 즐기자는 마인드를 갖고 게임에 임했다. 바람도 많이 불고 결과도 좋지 않았지만, 다 함께 즐긴 게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렇게 해서 이제 드디어 고대하던 저녁 시간이었다. 그릴을 준비하고 바비큐를 세팅하여 맛있는 밥을 지어먹었다. 하지만 숯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불이 강하여 처음엔 제대로 제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불판을 조금씩 들어서 구어보니 훨씬 안정적으로, 그리고 맛좋게 구워졌다. 고기를 모조리 해치우고 나서 우리는 라면6인분을 끓여 나눠먹었다. 무엇보다 자기가 직접 구입한 식재료로 직접 조리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굉장히 뜻 깊었고 그렇기에 맛도 더욱 더 좋았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친구들도 같은 조에서 놀고 먹으며 더욱 더 친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바비큐를 배불리 먹고 우리는 해변영화제를 준비하는 박형종 선생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라푼젤’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영화가 굉장히 유치해서 실망스러웠다. 눈물로 주인공이 부활하는 장면은 어느 동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씬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선정함에 있어서 언제나 현실적인 감각과 리얼리티를 추구했던 나는 이 영화에 대해서 굉장한 회의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오늘 하루를 되새기며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기분 좋은 바닷소리가 머리를 맴돈다. 이렇게 친구들과 낭만적으로 바닷가 소리를 들으며 놀러와 본지가 몇 년만인 지 모르겠다. 기분이 매우 좋아서 나는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어젯밤에 구비해두었던 도넛과 롤케익으로 아침을 떼우고 우리는 해양 레일 바이크가 있는 삼척으로 출발했다. 나는 기숙사 룸메이트인 종민이와 시온이, 그리고 준석이와 함께 4인용 바이크에 올라탔다. 바이크를 타면서 바다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활동이었다. 속도가 빠르지 않아 오히려 즐겁게 얘기하고 노래하며 경치를 즐기며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레일 바이크를 타며 죄책감에 빠지게 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가다가 현수막이 여럿 있었는데, 레일 바이크의 소음 때문에 삼척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으므로 시급히 조취를 취해달라는 내용의 문구였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그냥 한 번 와서 관광을 하는 것이지만, 주민들에겐 그런 관광객들 때문에 하루 종일 레일 바이크의 소음을 듣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하루 빨리 선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었고, 한시바삐 우리 바이크가 이 주택가를 지나면 좋겠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그 다음에 우리는 동해 롯데시네마로 가서 영화를 한 편 관람했다. 나는 써니를 시청했는데, 오랜만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적이고 찡한 영화였다. 한동안 아이들과 어떤 여배우가 더 마음에 드는지에 관해서 뜨거운 토론을 벌인 뒤 예정집합장소인 피자 헛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피자헛에서 피자를 먹고 이마트에서 다시 야식거리와 내일 아침거리를, 이번에는 11만원의 돈으로 구비해야 했다. 고기를 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돈이 매우 넉넉했다. 과자, 사과 푸딩, 족발, 수박 등 많은 음식을 싸들고 기분좋게 숙소로 갔다. 

오늘은 어제보다 스케쥴이 훨씬 널널했다. 먼저 조진호 선생님께서 케리커쳐를 그려주신다길래 선생님께서 계신 방에 가서 제일 먼저 사진을 찍고 작품을 기다렸다. 긴 시간 동안 많은 학생들을 그려주셨는데, 하나하나가 개성있고 코믹한 작품 뿐이었다. 우리는 선생님께서 그리시는 동안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작품을 즐겼다. 이 작품들이 머그컵에 새겨진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마지막으로 해변가요제와 해변음악제가 열렸는데, 노래를 잘부르시기로 유명한 이준석 선생님을 시발점으로 남학생 4명이 나와 노래를 불렀다. 참여자가 적어 거의 모든 참가자가 상품을 증정 받았다. 준비해간 노래가 없어서 해변가요제에서 부르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앞으로 이런 일을 대비해 애창곡 한 곡쯤은 만들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솔트(SALT)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너무 늦은 시각에다가 피곤해서 중간에 잠에 들었다. 영화가 끝나자 바로 방에 나와서 우리 숙소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아침 7시에 기상한 캠핑앤스타 마지막 날. 우리는 아침준비로 바빴다. 어제 구비한 김치찌개 재료로 우리가 직접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을 야심 찬 계획을 짜놓았던 터였다.  

유상이와 준석이와 나는 마늘을 으깨고 양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넣은 후 어제 산 국거리용 고기를 넣고 다시마로 우린 물을 넣어 맛있는 김치찌개를 완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요리에 참가하지 않고 완성되자 일어나서 식탁에 앉은 몇몇 아이들이 괘씸하기도 했지만 베푸는 마음으로 아침을 대접했다.

아침을 먹고 정동진에 있는 하슬라 아트월드로 갔다. ‘하슬라’라는 말은 고구려 때 부르던 강릉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아트월드라고는 하였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곳의 전시물이 예술인지 아닌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실 전시물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있었던 건 언덕을 올라갈 때 보았던 커다란 바위 덩어리 몇 개와 가끔씩 나오는 투박한 조각상들. 이것들을 이해하기에는 아직까진 미적 식견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실내 전시장으로 들어갔는데, 이곳에서는 그래도 예술적인 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 다양한 표현기법을 이용한 작품과 추상적인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벽돌이 빠져있는 벽이었다. 벽돌이 빠진 부분에서 나오는 빛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시사하는 것 같아 가슴이 풍요로워졌다. 이렇게 마음을 살찌우고 나온 뒤, 우리는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을 방문했다.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에서는 에디슨의 가지각색의 발명품을 한 개인, 참소리 박물관의 관장님께서 사비를 털어 수집하셔서 전시해놓으셨다. 박물관의 규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무수한 발명품의 개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내원이 우리에게 오르골의 시초가 되는 200년전의 음반 장치의 소리를 직접 들려주었을 때 언어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내가 200년 전 사람들과 같은 소리를 듣고 있다니! 꿈이 과학자인 만큼 참소리 박물관에서의 여러가지 발명품의 과학적 원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됐던 이번 여행은 굉장히 유익했다.  

이로써 2박 3일의 여행 일정이 모두 끝나고 다시 귀교 버스에 올랐다. 난 여행을 할 때 사진을 찍고 기억을 남기고자 하기보다는 바람처럼 스쳐가는 순간을 소중히 하는 편이다. 이번 여행은 한 순간 순간을 즐겼고 친구들과 더욱 더 가까워졌으며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이를 발판 삼아 한발 짝 더 성숙한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황두현   2011-07-04 (월) 19:32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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