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319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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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바다로 흐른다

오늘 퇴근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은 바다로 흐른다.. 구룡호수에 비친 햇살이 조각져서 유난히 넓게 반짝거렸다.
 
시훈이는 안과에서 진찰한 결과 근시가 있어 안경을 끼게 되었다고 문자를 했다. 그리고는 영상 통화를 하자고 해서 안경 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안경 끼는 것이 안타깝다. 번거롭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색다르게 보이는 얼굴이 봐줄만하기는 했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쯤 안경을 낀 것 같다.
 
저녁을 먹고, 그 동안은 에스프레소를 아내와 마셨지만 오늘은 날이 길어져서인지 산책을 하고 싶었다. 혼자 산책을 나가려다가 시훈이를 보았다. 병원에서 책과 텔레비전을 보지 말고, 컴퓨터, 휴대폰을 하지 말라고 했단다. 요즘 시대에 그럼 무엇을 하란 말인가?
 
나랑 산책갈까? 시훈이는 좋다며 얼른 따라 나섰다. 처음부터 손을 잡고, 원주천을 따라 올라갔다. 이렇게 걸어본 것이 얼마만인가? 좋았다. 물 소리도, 사근사근한 바람도, 시훈이의 가느다란 손도.
 
진작부터 이렇게 걸어다녔으면 지금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떠올랐다. 시훈이는 계속해서 말을 했다. 저녁 때 밥을 먹으며 잠깐 하는 대화하고는 달리, 마치 나하고 밤새도록 말을 해도 지치지 않을 기세였다. 일본이며, 쓰나미며, 3차대전과 같은 것도 물어보고, 역사에 대해서도 말했다.
 
다리를 건너 물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 운동 기구들을 써서 몸을 풀었다. 몸이 벌써 많이 굳었다. 저녁먹고 서재로 바로 들어가는 것은 정말 나쁜 습관이었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침에 작년 담임학생들이 낸 책에 대한 홍보기사를 보았다. 책 디자인이 멋있다. 책을 받아보면 느낌이 남다를 것 같기는하지만 이런 일은 한번이면 족할 것이다.
 
김지엽과 이광염이 오후 3시반에 교실로 와서는 에스프레소를 타달란다. 오늘 아침 집에서 갈아온 마지막 커피로 두 잔의 에스프레소를 뽑았다. 한발 늦게 윤영규가 헐레벌떡 왔다. 얘네들이 언제부터 고급커피를 찾게 되었지?
 
오늘 저녁 6시반에 창체집중활동 추가 접수를 무사히 마쳤다. 추가 접수도 선착순이라 지난번처럼 긴장이 되었다. 접수받는 일이 일단락되자 피곤이 몰려온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이상하게도 피곤할 때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냥 일찍 자기는 왠지 아쉬워서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이든 글이든 한번 멈춰서서 정리하기가 힘들다. 마치 내리막길을 달리는 자전거처럼.
 
그래도 오늘을 시작으로 종종 그렇게 멈춰서는 시간을 갖고 싶다. 
 
모든 것은 바다로 흐른다. 아쉬움도, 안타까움도, 미련도, 그리움도, 슬픔도, 분노도, 걱정도, 욕심도, 집착도, 사랑도.. 바다가 그런 것들로 찰랑거릴 때,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마냥 걷고 싶다. 머리도, 가슴도 비운채.
박형종   2011-05-23 (월) 23:02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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