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밍까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어제 오늘 3학년 학생들이 읽어달라고 내민 자기소개서가 10통 정도 되는데 오늘 것은 읽어봤자 창의적인 감각이 떠오를 것 같지 않아 내일 읽기로 했다. 그 전에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봐준 학생들이 내가 자기소개서를 깐깐하게 본다고 친구들에게 소문을 내는 바람에 원서 접수 마감을 앞두고 1분만 봐달라는 요청이 많다. 그런데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1분만 본다는 말인가? 수업 한번 안한 학생들의 경우 한 시간 이상 이야기를 하면서 봐야 겨우 방향을 조언해줄 수 있는 정도가 된다. 교실의 환기시설 소음 때문에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지난 주 금요일부터 도서관에 책을 들고가서 수업 준비를 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니 쾌적해서 좋고, 교실과 도서관을 오가며 여러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만나서 이야기 할 기회가 늘어났다. 왜 진작에 그렇게 하지 않았나 모르겠다. 교실에 꾸며놓았던 까페를 집으로 옮겼다. 2학기는 짧아서 시간이 없기도 하고, 좁은 공간에 까페까지 차리자니 어수선한 감이 있었다. 아쉽지만 학교 어딘가에 그런 공간이 다시 차려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집으로 로스팅기를 옮기는 김에 이순정선생님에게 커피 생두를 조금 달라고 했다. 방학 전에 볶았던 원두들에서는 산화되어 고약한 냄새가 나서 먹을 수가 없었다. 저녁 때 집에서 모처럼 로스팅을 했다. 시훈이는 내가 로스팅할 때 흘린 생두 몇 개를 주워서는 자기꺼라고 했다. 그것을 저울에 올려보니 1그램도 채 되지 않았다. 내일부터는 이전보다 10분 일찍 일어나 아침에 에스프레소 한 잔을 아내와 마실 것이다. 부부금실이 이전보다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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