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스케치 개학을 며칠 앞두고 곽기웅박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배추 모종을 심으려면 곧 심어야 하고, 심겠다면 모종을 주시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고맙기도 하고, 말라 비틀어진 옥수수와 잡초가 무성한 텃밭에 면목도 없고, 바쁜 학생들을 데리고 언제 배추를 심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 일단 학교에 나가서 상황을 보고 다시 전화를 드리겠다고 하였다. 다음날 학교에 갔다 오는 길에 배추 모종을 받아서 어떻게든 심어보자는 작정이 들었다. 고생스럽더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뭔가 하나라도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다. 개학한 날, 월요일 곽박사님이 일하는 아주머니 네 분과 함께 오셔서 배추 모종 400개를 주셨고, 낫으로 옥수수를 베어주셨다. 앓던 이가 한번에 다 빠지는 느낌이었다. 바로 다음날 화요일 배추를 심기로 했다. 다행히 IR수업이 아직 개설되지 않아 8교시가 적당할 것 같았다. 나는 월요일 밤에 마트를 돌아다니며 목장갑을 싹쓸이 해서 72켤레를 준비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얼마나 많이 올까? 이 생각이 길거리를 헤매는 자동차처럼 내 머리를 맴돌았다.
감자 수확
그런데 준비한 장갑이 모자랄 정도로 학생들이 많이 왔다.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잡초도 뽑고, 토마토도 따 먹고, 감자도 캤다. 감자는 별로 없을지 알았는데 의외로 씨알이 굵은 것이 가게에서 팔아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다. 이 감자들은 학교 식당으로 올려졌는데 다음날 저녁에 삶아서 나온다고 했다.
 감자가 이렇게 커요!

고구마도 있어요!
곽박사님께서 고구마는 9월말에 수확하면 될거라고 하셨다. 아이들은 고구마 잎을 잡초로 알고 뽑기도 했고, 의심많은 학생들은 고구마가 진짜 있나 캐보기도 하였다.
 처음 수확한 고구마
배추 심기

|
|
배추를 심는 데는 호미가 몇 개 없어서 시간이 제법 걸렸다. 모종 400개 중에서 절반 정도만 심었다. 마침 비도 내리기 시작했고, 여학생들 청소 검사도 있어서 더 이상 작업하기도 어려웠다. 나머지 절반은 주말에 우리 가족이 가서 심을까 한다. |

 겁도 없이 사마귀보고 귀엽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