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아침에 일어나보니 장맛비 때문에 집 앞의 작은 개울이 나이아가라 폭포가 되었습니다. 그 빗속을 헤집고 일직 때문에 학교에 갔다왔습니다.
저녁먹고 에스프레소 커피를 한잔 마시려니 시원이가 "아빠 나랑 놀아줘"하며 목마를 태워달랍니다. 목마를 태운 김에 평소 높은 곳에 있어 시원이에게는 블랙박스와 같았던 부엌 선반의 문을 열고 그릇을 꺼내달라고도 부탁하고, 커피과자도 꺼내달라고 하였습니다. 시원이는 한 곳에 숨겨져 있던 풍선들을 보더니 물풍선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베란다에서 이제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작은 개울로 변신 중에 있는 물길을 보면서 아내와 함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산책이나 나가봐야겠다며 양치질을 하던 때에 초등학교 3학년 시훈이의 한 마디가 나를 멈칫하게 하네요.
"아빠 나 이제 규칙을 바꿀거다. (두 달 쯤전 거실 한 켠에 세워 놓은 물백묵보드에 스스로 몇 가지 생활규칙을 적었었지요.)" "..." "앞으로 학교에 한 달에 두 세번 카드를 가져갈거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유리왕카드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면 안 돼지.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안 돼라는 말을 할뻔 하였습니다. 그러나 양치질하던 손길이 한번 위 아래로 움직이기에도 짧은 시간 동안에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대신에 "요즘 학교에 카드 갖고 오는 아이가 많니?"하고 물었습니다. "응 많아. 동재도 갖고 오고 제헌이도 갖고 오고..."
시훈이는 그 말을 하면서 내 다음 말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잠을 청하러 안방으로 걸어갔습니다. 나는 다음 말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는 내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자기의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고, 내가 자기의 말에 관심을 가져주었다는 것만으로도 흡족해하였던 것 같았으니까요.
내가 어머니에게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어린 시절에 어머니로부터 '안 돼'라는 말을 거의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초등학교 때 야구하다가 가게의 유리창을 깼을때도, 중학교 때 서랍장에 보관했던 황산이 흘러내려 서랍장 속의 수십 벌의 옷들과 서랍장 자체가 부식되어 못쓰게 되었을 때도.
세상에 안 되는 것은 무엇이고,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될 수도 있는 것을, 또는 조금만 생각하면 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을, 마치 안 되는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쉽게 포기하고 금새 좌절하는 것은 아닐까요?
훈이와 원이를 재우러 들어갔던 아내가 30분도 안 되어 나왔습니다. 아무튼 아이들은 오늘도 신나게 놀았던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