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색종이 (2008.12.2)
12월에 접어 들면서 한 해가 짧다는 것을 또한번 실감한다. 요즘은 이래저래 여유를 찾기 어려운 시기이지만 짬도 내고 기분도 내서 글을 쓴다.
지난 일요일 낮에는 둘째 시원이의 돌 사진으로 찍기 시작한 성장 앨범을 다섯살이 되어서야 드디어 찾아왔다. 2006년 3월에 계약하고 찍기 시작한 것이니 2년반이 넘게 걸렸다. 만약 장사가 안되는 곳이었다면 문을 닫아도 몇 번은 닫았을 시간이었다.
그 동안 시원이의 얼굴은 많이 변했다. 아기처럼 귀여웠던 얼굴이 공주처럼 예뻐졌다고 할까?! 앨범 속 나의 얼굴도 조금은 편안한 모습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아마 지금 찍는다면 더 좋은 모습이 되었을텐데 하고 아쉽기까지 하다.
그날 저녁, 시원이는 자기의 풍선을 내게 빌려주는 대신에 나보고는 반으로 잘린 빨간 색종이 한 장을 갖고 놀라고 내밀었다. 그것은 내 안경 사이에 끼워져서 코끼리 코가 되었고, 귀에 꽂혀 토끼 귀가 되었다가, 입에 물려 도마뱀 혀가 되었다. 그 색종이는 접혀서 숟가락이 되었고, 포크가 되었다가, 젖가락이 되기도 하였다. 구멍 두 개를 뚫으니 망원경이 되었고, 풍선 끈에 꽂으니 하늘로 올라가는 편지가 되었다.
그 때마다 시원이는 하찮게만 느꼈던 종이 한 장에서 많은 모습을 보았고, 내 색종이를 빼앗으려 했고, 뺐고 뺐기지 않으려는 씨름을 하였으며, 무엇보다 많이 웃었다.
언젠가 시훈이에게 휴지 한장으로 하였던 놀이를 색종이로 시원이랑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놀이는 아이가 다섯살 무렵일 때 제법인 것 같다.
타고난 얼굴은 얼마든지 커가면서 바뀐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많이 웃으면 웃는 얼굴이 될 것이다. 웃는 얼굴이 예쁘다.
나는 아이들에게 많이 웃는 얼굴을 만들어 주고 싶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아이들을 웃길 때 나도 웃길 수 있어서 즐겁고, 아이들이 웃을 때 나도 함께 웃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