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이야기 / 367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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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를 다녀와서..

(2007.11.05)
 

 
그제 토요일은 학교에서 향진이의 개인 화보집(?)을 찍었습니다. 이렇게 누군가를 한시간 가령 시간을 내서 찍는 것이 처음이라서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향진이가 적극적으로 잘 표현해주어서 몇 장 건질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다른 두 분 선생님 가족과 연대 원주캠퍼스의 멋진 단풍들 사이를 산책하고, 곧 입주 예정인 벽산 블루밍아파트를 구경한 다음, 서유기에서 저녁을 먹고, 우리 집에서 차를 마시며 밤 10시 지나서까지 어울렸습니다.

어제 일요일은 늦게까지 자는 아이들을 깨워 에버랜드로 갔습니다. 한달 반 전에 연간 회원권을 사고 나서 벌써 7번째입니다. 가는 길에 덕평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에버랜드 앞에서 열린 카레이싱을 구경하고, 2시 반쯤 들어가서 10시 문 닫을 때까지 놀았습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고 있어서 기다란 줄을 기다리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아빠의 손을 잡고 걸어가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나 자신도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한번 지나면 영영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

평소에는 잘 모르겠다가 둘째 시원이가 꼭 타고 싶다며 조르던 기차를 두 번이나 연거푸 타고, 전에는 유아용이라서 타지 못하고 멀리서 부럽게 지켜보던 시훈이가 관람객이 한가한 틈에 동생과 함께 기차를 타며 즐거워 하는 모습에서, 이번에는 밤 8시 10분의 퍼레이드를 보지 말고 일찍 가자고 했을 때 그러자고 했던 아내가 막상 멀리서 퍼레이드 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을 데리고 뜀박질 하는 모습에서.. 그 순간들이 차가운 공기 속에서 또렷이 정지한 듯 보였습니다. 너무 귀하게 감동적으로.


추위에 떨다 따듯한 차 안에서 운전하려니 무척 졸렸고, 밤 11시 반에서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언제나처럼 잠에 빠진 큰 아이는 내가 안고, 둘째는 아내가 안아서 침대에 뉘였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원주 교육청을 들러서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조금 여유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시훈이가 학교에 가야 할 시간이라고 간지럼을 태우며 깨우려 했지만, 나는 그 아이를 두 손으로 부드럽게 들어서 서재 침대에 뉘였습니다. 발목과 무릅을 마사지 해주며 나도 옆에 같이 드러누워, 어제 에버랜드에서 사육사 누나가 냈던 질문들을 물어보았습니다. 미어캣의 먹이는 무엇일까요? 애벌레! 바다왕거북의 등은 왜 닦아줄까요? 등으로 숨을 쉬니까! 퍼큐파인은 무슨 과일까요? 1번 고슴도치, 2번 고양이, 3번 쥐. 3번 쥐!

이러는 사이에 시훈이는 잠을 다 깬 것 같았습니다. 둘이서 같이 아침을 먹었는데, 내가 먼저 고구마를 숟가락으로 파먹은 다음 그곳에 수프를 넣고 수프와 함께 고구마를 먹자 수프를 먹지 않으려던 시훈이도 따라하며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씩씩하게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습니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니 예쁜 색깔로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파트 길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파트의 나무들도 학교의 나무들처럼 낙엽이 많이 졌습니다. 이번 가을도 이렇게 가려나 봅니다.
박형종   2007-11-05 (월) 19:55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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